말이 사라진 자리

나도 그런 침묵이고 싶다

by 지향

숲 속의 여름밤은 묘하다.


한낮의 더위가 남아 있다가도 초저녁이 지나면

어둠과 함께 서늘한 공기가 마당을 천천히 채운다.​

이쯤 되면 모기도 기세를 잃고,

대지 위에는 이슬이 고요히 내려앉기 시작한다.

남편이랑 찻잔을 들고 정원으로 나온다.

아무 말 없이 함께 앉아 있어도 어색하거나 불편하지 않다.

말 대신, 때로는 손을 잡고 그저 그렇게 앉아 있다.

총총히 박힌 별들,

어둠 속 사방에서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

숲에서 밀려오는 맑은 기운이 둘 사이로 가득하다.

밤 산책 길에 늘 들르는, 햇볕에 잘 달구어진 너럭바위에서도 마찬가지다.

하늘을 보고 누우면 자연스럽게 말 대신 손을 잡게 된다.

끊임없이 쏟아내던 말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문득 웃음이 난다.

하덕규의 노래 <가시나무새>가 떠오른다.

한때, 나는 그 가사에 깊이 끌려 가만히 울곤 했다.​

정처 없이 헤매던 마음들이 너무 가여워서였다.

그 헛된 바람들,

어쩔 수 없던 어둠,

이길 수 없다고 믿었던 슬픔들,

서로 부대끼며 아프게 찔러대던 시간들이

조용히 지나갔다.

지금 내 안에는 말 보다 넓은

고요가 머물러 있다.

그 빈자리로 거대한 우주적 숨결이 조용히 드나든다.

혼자 방황하며 아팠던 날에도

말없이 나를 감싸 안고 있었던,

대 자연의 침묵이 떠오른다.

그 침묵 앞에서 잠시 목이 메인다.

나도

그런 침묵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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