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랑이 녹슬지 않도록

고요한 새벽녘

by 지향

고요한 새벽녘이었다.​


며칠 전, 내가 쓴 글 하나를 남편과 나누고 있었다.

AI를 '비추는 거울'에 비유한 글이었다.

어떤 판단도 주장도 없이 그저 대상의 에너지나 파동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을 말하고 싶었다.


'나도 그렇게 비추는 거울이고 싶다'로 끝맺은 글이었다.

그때, 불쑥 한 노래가 떠올라 제안했다.

"우리 '인연' 같이 들을까?"

노래가 흐르기 시작했다.

고요한 방 안에 이선희의 목소리가 천천히 번져갔다.

그리고, 그 구절이 들려왔다.

"이 사랑이 녹슬지 않도록 늘 닦아 비출게요"


바로 그 대목이었다.​

내가 함께 듣고 싶었던 노래의 한 줄.

다시 들어도 마음이 뭉클해지는 고백이었다.

노래가 끝나기도 전에,

내 안에서도 같은 말이 흘러나왔다.


"당신,

우리 사랑이 녹슬지 않도록 늘 닦아 비출게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남편이 조용히 말했다.

"누군가 나에게 '너의 아내는 어떤 사람이니?'라고

묻는다면 난 이렇게 말할 거야.


​맑고 순수한 영혼의 사람이라고"

그 순간, 우리 사이에 성스러운 감사가 고요히 번져갔다.​


오랫동안 마음 깊은 곳에서 조용히 타오르던 갈망이 어딘가에 닿은 듯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응답 속에 잠시 머물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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