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
아직 하루가 시작되기 전의 고요 속에서
이 말을 조용히 나눈다.
"생애 마지막 날처럼 겸손하게 삽시다"
의도한 다짐이라기보다는 그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말이다.
남편은 별 다른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 짧은 반응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그리고 내게 묻는다.
"생애 마지막 날처럼 겸손하게 사는 삶이 어떤 것이니?"
그 물음 앞에서 하나의 울림이 조용히 떠오른다.
'어떤 상황에서든 기뻐하고 감사하는 태도'
애써 붙잡는 결심이 아니라,
삶을 향하는 방향에 가깝다.
오래전,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사실 속에 숨은 뜻밖의 감각을 마주했다.
언제 죽어도 괜찮은, 존재의 신비가 분명하게 와닿던 순간이었다.
년수를 통해 자기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삶이 더 이상 버텨야 할 시간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로 충분해지는 자리였다.
순간, 삶이 소풍이나 놀이처럼 가벼워질 수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 이후로,
사는 일은 여전히 소중하지만 죽음 또한 두려움만은 아니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제대로 살아본 적 없다는 막연함이 죽음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나는 지금,
죽음이 언제 와도 아쉽지 않을 만큼의,
충분한 매일의 삶을 조용히 고백한다.
나는 더 이상 고정된 '나'라는 개념을 붙잡지 않는다.
잠시 머물다 다시 흘러갈 무엇이라는 사실이 이제는 자연스럽다.
눈에 보이는 형상 너머로
말없이 펼쳐진 장엄한 에너지의 장.
그 앞에서 나는 오늘도 조용히
고개를 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