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도, 나는 나를 만날때가 가장 설렌다

by 지향

나는 자신과 만나는 은밀한 설레임을 즐긴다.

저절로 일어나는 생각 감정들 그것을 내 것이라 고집하며 붙잡지 않고, 그저 가만히 바라본다.

그 찰나의 관조 속에서, 나는 내가 알고 있던 좁은 나로부터 기분 좋게 미끄러져 나온다.

몸의 감각을 느끼고,

생각을 구름처럼 지나가게 두고,

휘몰아치는 감정을 붙잡지 않은 채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새 개인이라는 작은 자아 너머에서 조용히 나를 지켜보는 또 다른 '나'를 만난다.

그 만남은 이상하게도 설렌다.

생애 처음, 근사한 누군가를 마주할 때처럼 가슴이 뛴다.

한때, 나는 멋진 삶이란 화려한 이력과 경쟁력을 갖춘 사람들의 몫이라 믿었다.

고도 성장 시간을 지나며, 그들만의 전유물이었던 고급스런 자동차, 쎄컨 하우스, 자유로운 여행, 넘치는 먹거리가 어느새 평범한 기준 처럼 되었다.

하지만 풍요가 일상이 된 풍경 뒤로, 삶이 더 충만해졌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개인도 가정도 사회도 더 거칠어지고 메말라가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

그 갈증 끝에 나는 묻게 되었다.

"진정으로 멋진 삶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대답은 멀리 있지 않았다.

지금 여기,

자신과 자신의 생을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것.

그것은

오랫동안 외롭고 아팠던 마음 깊은 곳의 울림 같았다.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

필요할 때는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는 단호한 온화함,

자신의 선택에 기꺼이 책임지는 자세,

그리고 상황의 결을 살필줄 아는 유연한 성실함,

나는 이런 태도들이야말로 삶을 조용하고 단단하게 만드는 힘임을 알게되었다.

문득 '내가 배워야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 라는 책의 제목이 떠오른다.

우리는 어쩌면 가장 가까이에 있는 진실을 만나기 위해 , 아주 멀고 험한 길을 돌아온 것인지도 모른다.

길고 긴 여정의 끝에서 비로소 마주하는, 나 자신과 만나는 이 은밀한 설렘.


나는 이제 그 고요한 흥분을 동력 삼아 오늘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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