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 예술을 묻다

아이처럼

by 지향

내 글에 유독 관심이 많은 큰 딸이 있다.

엄마 글의 주제가 좋으니까, 이제는 좁은 마당을 벗어나 좀 더 넓은 세상과 섞여야 한다며 이런저런 참견을 보탠다.

요즘 트렌드 정도는 알아야 한다며 영화나 뜨는 글들을 내밀기도 한다.

고마운 마음에 훑어보지만, 창 밖 대 자연이 주는 '고요'만한 장르를 난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딸은 가끔 내 글이 너무 '기승전결'이라는 낡은 틀에 갇힌, 딱 60대 식의 글쓰기 방식이라고 꼬집기도 한다.

평소 대화할 때나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의 생동감이 글만 쓰면 딱딱하게 굳어버린다는 것이었다.

문득 오래전,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들었던 '말하듯 노래하라"는 심사평이 떠올랐다.

화가인 딸의 감각적인 지적이 뼈아프면서도 신선했다.

하지만 수십 년간 몸에 밴 문장의 습관은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밀려오는 구상을 옮겨 담기에 더 급급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얼마 전, 멘토 역할을 해주던 그 딸로부터 더는 함께 하기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잘렸다는 느낌에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며칠 뒤, 그 딸의 전화를 받았다.

딸이 물었다.

"엄마 삶이 예술이 되는 거랑 엄마 글이 예술이 되는 것, 둘 중 뭐가 더 중요해?"

망설임 없는 답이 흘러나왔다.​

"그야 삶이 예술이 되는 게 먼저이지"​


수화기 너머로 딸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럼 됐어,

엄마 삶은 이미 예술이니까, 글은 좀 못써도 괜찮아."

전화를 끊고 가만히 되뇌어 보았다.

삶이 예술이 된다는 건 뭘까?

거창한 성취나 유려한 문장에 있는 게 아니었다.

하루라는 시간을 온전히 진심으로 건너는 일…


아마도 아이처럼, 오롯이 자기 자신이 되는 것.

그 생각에 가닿자 마음의 소란이 잦아들었다.

나는 다시 내 앞의 고요를 조용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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