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목소리
지난 연말, 제주 비행기 참사 소식을 접했을 때였다.
부모님의 팔순 잔치를 위해 떠났다가 돌아오지 못한 가족의 이야기,
주인을 잃고 텅 빈 마당을 지키던 강아지 한 마리의 잔상이 이상하리만치 오래 남았다.
나는 한참을 그 장면 앞에 서 있다가 결국 리모컨을 들었다.
더 보고 싶지 않았다.
괜히 채널을 돌리고 다른 생각을 하려고 했다.
그리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무심코 내뱉었다.
"너무 안 됐네"
그렇게 그 장면을 일상에서 밀어내듯 하루를 보냈다.
밤이 깊어졌고 나는 평소처럼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아무런 상념 없이 그저 고요 속에 머물러 있던 찰나였다.
아주 깊은 곳에서 낯선 목소리 하나가 올라왔다.
"그게 안된 것이니?
순간, 정신이 또렷해졌다.
어제의 내가 이미 망각했던 말을 그 목소리는 정확히 포착하고 있었다.
무언가가 나를 응시하고 있다는 감각,
생각 보다 먼저, 언어보다 앞서 이미 알고 있는 어떤 시선이었다.
그 서늘한 진실 앞에서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이어갈 수 없었다.
잠시 후, 나는 조용히 알게 되었다.
내가 바라본 것은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위에 덧붙인 나의 수식어들이었다는 것을.
"안되었다"는 연민,
"불쌍하다"는 판단,
그 모든 익숙한 반응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전혀 다른 감각이 차올랐다
설명할 수 없는 고요였다.
나는 그 고요 속에서 어떤 해석도 덧붙이지 않은 채,
그저 머물렀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새벽,
어떤 언어도 침범할 수 없는 시간 속에서.
나는 그 목소리와 함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