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물리
엊그제,
남편이 웃으며 내게 말했다.
"우리… 연애하는 사이 같지?"
순간, 이 말이 기적처럼 느껴졌다.
사십 년 넘는 세월을 함께 하고 있으니 말이다.
성적 설렘이 사라지고 남편과 아내로, 엄마 아빠로
각자의 역할에 지쳐가며 로맨스가 바닥을 쳤던 시절이 어제 일처럼 선명하다.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일까?"
'연애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다'라고 부른다면
우리는 분명 연애 중이다.
언젠가부터, 난 남편을 새롭게 만나고 있다.
전에 알고 있던 어떤 관계와도 다른 결로,
이름 붙이기 어려운 어떤 기운이
우리 둘을 감싸고 있음을 느낀다.
역할도 경계도 내려놓고,
어린아이처럼 존재와 존재로 마주하기 때문이다.
존재가 되면서, 동시에 비존재가 되는
묘한 신비를 나는 즐기고 있다.
작고 제한된 '나'에서 조금씩 빠져나와,
더 넓은 나를 만나는 이 경험은
한 때의 성적 판타지가 주던 자극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신선하고도 신성한 설렘이다.
이렇게, 남편이 느끼는 연애 감정을 가만히 짐작하다
문득, 양자 물리를 공부하면서 들었던
한 대목이 떠올랐다.
<< 거의 전부에 가까운 99.99999%인
근원과의 동질성에는 무심한 채,
아주 미세한 0.000001%인 '개인'에만
집착하며 살아간다.>>
어쩌면 우리가 다시 연애를 시작한 이유는
그 미세한 개인을 잠시 내려놓고
서로의 더 큰 부분을 알아보기 시작했기 때문은 아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