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이 멈추는 지점

존재의 뿌리

by 지향

인간의 존엄성과 내면의 가장 깊은 곳을

훼손시키는 것이 갈등이라는 것을

난 오래도록 알지 못했다.

그 속을 향한 통찰이 일어날 때.

갈등은 즉시 멈춘다는 것,

또한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었다.

그 통찰 이전의 삶은 그저 갈등의 연속이었다.

갈등만큼 삶의 에너지를 갉아먹고

존재를 무력하게 만드는 것이 또 있을까를

나는 스스로에게 묻곤 했었다.

갈등 속에서 전전긍긍했던 시간들,

난 여기저기를 기웃거렸다.

독서, 대화기법, 상담기법,

수많은 훈련과 치유의 방법들.

잠시 도움이 되는 순간도 있었지만

삶의 충만함과는 늘 거리가 있었다.

그 이유를 오랫동안 명쾌히 알 수 없었다.

지금은 안다.

스스로의 뿌리를 잃은,

자신과의 갈등이 모든 갈등의 근원이었음을.

존재의 뿌리에는 닿지 못한 채,

표면만을 다루는 기술들이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이제는 꿰뚫어 본다.

어떤 상황에서도 한 사람을 신성한 존재로 마주할 때,

스스로와 그랬듯,

관계의 갈등 또한 즉시 멈춘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삶의 경이로움은 바로 여기에서 열렸다.

노력 너머의 은혜의 지점임이었다.

하늘 높이 자란 장성한 나무가 그만큼,

아니 그 보다 더 깊게,

땅속 사방으로 뿌리를 뻗은 모습을 조용히 그려본다.

그렇게,

온 우주와 촘촘히 연결된 존재를 다시 만나고 나서야,

이 연대감이야말로

바로 존재의 생명력과 안정감임을

가만히 고백하게 된다.

무한으로 깊은 뿌리를 내린 존재를 만날 때

'비 존재'를 함께 만나는 일은

신비 중의 신비이다.

가슴 가득

경이와 감사가 차오른다.

고요히

깊은숨이

지나간다.


매거진의 이전글최고의 취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