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숨
거의 매일, 해 질 녘이면 자전거를 타고 물길을 따라 한 바퀴를 도는 것은 일상이 된 지 오래다.
땅거미가 내려앉고 노을이 물들며,
하늘은 시시각각 다른 얼굴을 내민다.
이 찰나를 놓칠 수 없어 저절로 카메라 버튼으로
손이 간다.
고가의 카메라 장비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이들의
마음이 와닿는 때이다.
곧 별빛이 총총히 박히는 밤하늘 또한
저녁노을 못지않은 하루의 선물이다.
낮과는 전혀 다른 또 하나의 세계이다.
인위적 조명 없는 칠흑 같은 깜깜한 밤은
밤을 잃은 현대인들이 안쓰러울 만큼,
고요하고 아름답다.
눈만 뜨면 끝없이 펼쳐진 하늘 아래에,
내가 있음을 알아차린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눈부신 태양 빛이
사방천지를,
그리고 나를 감싸 안고 있음을 가만히 바라본다.
어느 날은 금세 소나기를 퍼부울 듯
먹구름이 밀려온다.
폭풍우와 함께 천둥 번개가 지나간 자리엔
어김없이 무지개가 피어오른다.
한때는
이과수 폭포, 히말라야, 그랜드 캐년… 같은
특별한 곳을 향해 마음이 앞서곤 했다.
압도적인 대 자연의 위력 앞에서
뭔가 새로워질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이제는 안다.
이름난 곳이 아니어도,
지금 이 자리에서 마주하는, 하늘의 경이로움이
이과수의 장엄함 보다
히말라야의 신비 보다
그래드 캐년의 깊이 보다
결코 덜하지 않다는 것을.
사유하는 이 마음 하나에 이미 우주가 담겨 있음을.
그리고 마침내,
알아차리고 있다.
먼저 탐험하고 여행할 곳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라는 것을.
깊은숨이 들어오고 나감을
고요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