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향

지향점

by 지향

지난 연말 글쓰기 전문 플랫폼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했다

신청서에 필명을 쓰는 칸이 있어 남편에게 물었다.

"나한테 어울리는 예명 하나 지어줘"

남편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았다.

"지향"

그리고 웃으며 설명했다.

"알 지에, 향기 향.

당신의 깨달음에는 향기가 있어.

그 뜻이야"

나는 그 이름만으로도 이미 강력하게 끌리고 있었는데

거기에 그런 의미까지 담겨 있다니,

단번에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작가 심사에서 떨어지더라도 상관없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미 그 보다 더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내겐 오래도록 나만의 지향점이 있었다.

글쓰기는 그곳을 지향하는 여러 길중 하나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서야 알게 되었다.

그토록 오랫동안 사모하며

지향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그 지향점은 나 자신이 되는 자리였다.

사회가 붙여준 나이, 외모, 소유, 업적 이전의 나,

조각난 개인이 아니라

무한과 맞닿은, 생명을 지향하는 자리였다.

그래서였을까?

'지향'이라는 이름이 그토록 매혹적이었던 이유가.

이틀 뒤, 브런치 작가 합격 통보를 받았다.

기쁘고 감사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날의 설렘은 지향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만큼 크지 않았다.

이 미묘한 감각이 무슨 의미인지 의아스러웠다.

내게 조용히 물었다.

곧 앎이 돌아왔다.

합격은 도착이지만

지향은 방향이라는 것을.

설렘은 언제나

어디에 서 있느냐가 아니라

어느 쪽으로 걷고 있는지에서 온다는 것을.

나는 오늘도 여전히 조심스레 지향 중이다.

서두르지 않고

나 자신이 되어가는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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