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편해진 이유
지난 주말, 구정 인사를 핑계로 고향에 계시는 큰 형님 댁을 다녀왔다.
시숙님은 귀도 거동도 어둔해지셨고
동서님도 휠체어에 의지해 지낸 지 오래되셨다.
빈 몸으로 시작해 농사로 큰 부를 일궈내셨지만,
두 분을 뵐 때면 마음 한편이 쓸쓸할 때가 있다.
손주들의 결혼 소식과 삼성에 입사했다는 이야기를
기쁜 얼굴로 전하셨다.
두 분이 기뻐하시니, 함께 웃고 축하 인사를 건넸다.
그런데 내 마음은 이상하리 만큼 고요했다.
그저 결혼은 결혼이고, 입사는 입사일뿐이었다.
좋기만 한일도, 나쁘기만 한일도 없다는 걸
이제는 알 만큼의 세월이 흘렀다.
'인생은 새옹지마'라는 말이
비로소 몸으로 이해되고 있으니 말이다.
돌이켜보면, 좋다고 여긴 것에 집착할수록
그 그림자들도 함께 따라다녔다.
지금이 만족스럽지 못함으로 늘 무언가를 갈망했고,
그 갈망의 눈으로 삶을 판단하며 웃고, 울었다.
참 어른과 참 스승 없는, 삶의 메마름을 어찌 잊을까?
그렇게 보고 싶은 일면만을 보며
널뛰듯 오르내리던 시간들이 이제는 멀어져 있다.
요즘, 젊은 이들을 떠올리면 괜히 마음이 쓰인다.
삶의 여유를 건네받지 못한 채
내가 아팠던 것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얼마나 더 아파야 할지 짠하고 미안한 마음이 크다.
이제는 상황과 상관없는,
이유 없는 기쁨이 나를 타고 천천히 흐른다.
조건 없이 쏟아지는 햇살과
이유 없이 스치는 바람을 알아차린 이후부터였다.
지금,
대자연의 품에 안긴 나를
고요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