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무모했던 청년기를 지나 중년에 이르러
나를 오래 붙잡아 매료시키던 단어가 있었다.
그것은 '통합'이었다.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운 삶의 정체를 푸는 열쇠가
그 지점쯤에 숨어 있을 것만 같은, 막연하지만 분명한 확신이었다.
문득 그토록 갈망하던 통합이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본다.
아침 식탁에 오른 홍시나 고구마가
예전처럼 표면의 이미지로만 다가오지 않는다.
그 안에는 햇살과 바람, 흙과 비, 벌과 나비, 농부의 손길, 그 농부를 키운 인류의 손길이 함께 녹아 있다.
부분이 아닌, 전체로서 다가온다.
식탁 건너편에 앉은 남편 역시 사회가 주입해 온
키와 체중, 생김새와 직업, 소유로 평가된 이미지가 아닌, 호흡과 음식으로 이어진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이 되었다.
그리고 이 생명을 살리는 숱한 다른 생명체들,
들고 나는 숨결 속에 우주적 기운이 함께 흐르고 있음을 점점 더 또렷이 보고 있다.
머리카락이나 체액 한 방울만으로도 온몸의 DNA 정보를 읽어낼 수 있듯,
부분 속에 전체가 녹아있는, 하나의 시스템임이 분명해진다.
개인이 전체 우주를 담고 있는 소 우주'라는 말 역시 같은 맥락임을 비로소 꿰뚫는다.
망망대해의 작은 외딴섬처럼 느껴졌던
처절한 고립감과 두려움이 눈 녹듯 스러지는 순간이다
이제 사랑을 밖에서 찾거나 구하지 않아도 된다.
전체와 하나 된 충만함,
그 자체가 온전한 사랑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사람 동물식물 무생물 하늘땅 햇살 바다 물 공기...
분리된 듯 보이던 모든 구분은 말일뿐, 실재는 언제나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이제는 안다.
그동안의 알던 세상은 언어의 함정이 부리는 마법의 장면들이었음을.
최첨단의 양자물리학 또한 만물의 최소 단위가 입자이면서, 에너지임을 밝힌 지 오래다.
그토록 애타던 갈망이 하늘에 닿았고,
그의 응답하심 앞에 있음을
조용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