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향에 다다르다

애절한 몸짓

by 지향

나무는 수백리 떨어진 곳의 물길을 감지해, 뿌리를 그쪽으로 뻗는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처음 듣는 순간, 마음 깊은 안 쪽으로 부터 흠칫 떨림이 일어났다.

생명이 스스로를 살리는 방식이 너무나 경이로웠다.

나 역시 물길을 찾아 오래도록 헤맸다.

끊어질 듯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 어딘가를 향해 몸을 기울이던 날들을 보냈다.

그 애절한 나의 몸짓들 또한 본능이었음을 이제는 안다.

오래전에 읽었던 한 문장이 있었다.

'양식이 없어 주림이 아니요,

물이 없어 갈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그 문장은 오랫동안 나를 비추는 거울이었다.

다이어트가 필수가 된, 이 풍요의 시대 속에서 주리고 갈한 나의 가엾은 영혼 아니, 거의 대부분이 한결같이 주리고 갈한 상태임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물길을 찾는 일은 짧지 않았다.

어둡고 방향을 잃은 날들이 많았다.

내 안이 이렇게 까지 어둡고 캄캄한 줄 몰라 주저앉아 울던 밤들도 있었다.

그래도 끝내 놓지 않았던 타고난, 집요한 성품에 감사한다.

어느 날,

더 이상 찾지 않아도 되는 그 자리에 이르렀다.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홍수에도 넘치지 않는. 곳,

그 고요 속에서

나는 일상으로 다시 건져 올려졌다.

그날 이후, 몸부림치던 영혼은 잠잠해졌다.

맑고 밝은 무엇이 하루하루 나를 살찌웠다.

몸의 경계를 넘어 가볍게 떠오르는 기척이 느껴졌다.​

그곳은 빛의 자리였다.


미풍과 폭풍이 함께 머무는 곳

고요와 진동이 구분 없이 어우러진 자리

말이 닿지 않는 침묵 속에서

모든 생명이 피고 지는 자리였다.

나는 그 품 안에 있다.

그 사실 하나로 충분한 하루를 산다.

오늘도 조용히

감사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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