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특별한 식당이 있다.
얼마 전 유명 미식 프로그램에 ‘음식 맛이 특별하지 않아 특별한 곳’, ‘국내 최고 제로(0)의 맛’으로 소개된, ‘무미지미(無味之味)’다. 강하고 자극적인 맛에 길든 현대인들에게 ‘무미지미’는 역설적으로 가장 '특별한 맛'을 내는 식당이 되었다.
메뉴는 단 세 가지. 한식, 일식, 중식 백반이다. 하지만 이름만 다를 뿐, 간이 거의 되어 있지 않아 무엇을 먹어도 맛에 큰 차이는 없다. 미식가들은 " 이 무(無) 속에 각 나라의 맛이 있다"라며 극찬했지만, 이미 ‘마라’와 ‘두쫀쿠’ 맛에 길든 사람들에게 그것은 그저 '신기한 체험'일 뿐이었다.
근처에 사는 J는 어느 날부터 갑자기 식당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아무 맛도 없다는 걸 홍보하는 식당에서 밥 한 끼를 먹자고 세 시간을 기다리다니.’
얼마 전 ‘전현유(有)계획’에 나오게 된 주인장 할머니의 인터뷰는 인상적이다.
"어느 순간부터 식구들이 내 요리에 간이 세졌다고들 했어요. 우리 집 식구들은 싱겁게 먹는 편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식당을 그만둘까 하다가, 아예 간 보기를 포기하고 재료만 넣었죠. 그런데 이게 특별해질 줄이야."
할머니의 고백은 '말실수'에 가까웠다. 하지만 방송이 나간 뒤, 자막과 편집을 거치며 그 말은 어느새 ‘할머니의 음식 철학’처럼 다듬어졌다.
이 기묘한 현상의 정점은 따로 있었다. ‘무미지미’ 바로 옆, ‘유미지미’라는 세련된 간판을 단 '컵라면 전문점'이 무미지미의 유명세에 맞추어 문을 연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컵라면 전문점 사장이 무미지미 사장 할머니의 아들이라는 것이다. 편의점이 지척인데도 사람들은 ‘무미지미’에서 나오자마자 홀린 듯 그 컵라면집으로 향했다. 어느 날, 호기심을 참지 못한 J도 결국 '무미지미'의 줄서기에 합류했다. 한 시간을 기다려 마주한 한식 백반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정직했다. 무를 넣고 끓인 국은 그저 무를 우린 물이었고, 양념 없는 나물에서는 생경한 풀 맛이 났다. 입안에 감도는 것은 오직 재료의 질감뿐이었다. 혀를 깨끗이 닦아낸 느낌이었다. J는 억지로 그 '무(無)'의 성찬을 비우고 식당 밖으로 나왔다. 그때, 옆 가게에서 풍겨오는 강렬한 MSG의 향기가 J의 코를 찔렀다. J는 그 냄새에 이끌려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 안은 무미지미에서 본 손님들로 가득했다. 남자 직원은 능숙한 솜씨로 기존 컵라면에 마라 소스를 한 스푼 넣어 음식을 내놓고 있었다. J도 컵라면 한 그릇을 주문했다. 마라 소스가 들어간 국물을 한 입 떠먹는 순간, J는 전율했다. 평소라면 평범했을 컵라면 국물이 혀에 닿자마자 입안에서는 여러 불꽃이 폭발하는 듯한 반응이 일어났다. "와..." J는 감탄했다.
비로소 이 모자의 완벽한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했다. 할머니는 손님들의 혀를 리셋시키고, 아들은 여기에 강렬한 자극을 주었다. 할머니의 ‘무(無)’가 아들의 ‘유(有)’를 완성하고, 서로 특별하게 만드는, 가장 완벽한 상호보완적 관계였다.
오늘도 무미지미의 줄은 줄어들 줄 모른다. 사람들은 '본연의 맛'을 찾는다는 고상한 핑계를 대며 줄을 섰지만, 사실은 그 뒤에 기다리는 '가장 짜릿한 한 입'을 위해 기꺼이 미각의 고행을 자처하고 있었다. 어쩌면 사람들은 할머니의 식당에서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낀 것이 아니라, 아들의 식당에서 느낄 '도파민'을 극대화할 가장 완벽한 방법을 알게 된 건지도 모른다. 얼마 후 유명 매체에서는 서울에서 꼭 경험해봐야 할 이색적인 체험 1위로 ‘무미지미, 유미지미 코스’를 꼽았다.
도파민이 치솟는 미각 순례는 그렇게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 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