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의 어항 (Dear. Mom)

by STAYTRUE

걸었던 길을 부정하진 말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서요. 말의 진심과 거짓, 그리고 가식을 구별할 수 없을 때 저는 진실했고, 거짓을 일삼았으며, 가식을 지니고 살았다고 고백해볼까요. 내가 있는 곳을 온전히 벗어날 때만이 나는 나다워졌고, 내가 서 있는 곳은 늘 건냉암소였습니다. 누군가 곁에 두고 간 작은 촛불 하나가 내 마음을 지탱할 뿐이었습니다. 자신의 몸을 태우며 살아가는 초 같은 희생이 나에겐 없어서, 나는 그토록 곧고 단단했습니다. 약점이 많으면 작아질 수밖에 없다뇨, 사실 강점이 많아 작아지는 거예요. 그걸 아시면서 왜 걸은 길을 부정하세요. 단단히 무너지던 것들을 기억하세요. 당신과 내가 만든 추억들이 내려앉은 빛나던 길들이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어요. 추억을 추억할 때 내 기억은 바스러져갑니다. 그 길 위에 수많은 수치스러움과 부끄러움들을 부디 포용해 주시길 소원합니다. 기실 그 많은 것들은 우리의 지난 삶들을 반증하는 것들이에요. 나는, 우리는, 경험의 어항 속의 왕이에요. 모든 것을 경험하며, 그 경험들의 트라우마를 갖고 살아가요. 하지만 우린 그 이상의 생각을 품어선 안돼요. 어항 속에서만이 마음껏 헤엄칠 수 있는 우리를 만족해야만 해요. 무엇을 바라는지를 생각하지 마시고, 무엇을 바라야 하는지 생각하세요. 그럴 때에 시나브로, 우리는 어항 밖을 경험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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