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각기 다른 언어로 대화를 나누며, 궁색한 이끌림을 느끼며 관계의 서막을 열었어. 나는 누군가에게 부질없이 사랑스러워서, 늘 부질없는 사랑을 받았지. 내 사랑은 복잡다단하여 늘 괜한 기우를 기울이기도 했어.
우리가 나누었던 언어들이 상징하는 것들의 심연이란, 각자의 시간을 산다는 것으로부터의 방증. 두 언어가 뒤엉키듯 처연한 두 몸이 뒤엉키고, 비로소 상상의 심연이 펼쳐졌지. 결국 산다는 것으로부터 오는 죄책감이 우리의 턱 밑까지 죄어오고, 우린 있지도 않은 죄를 참회하기 위해 결국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았지. 마주한 두 손바닥 사이에, 무엇이 있었을까. 우리가 그 속에 납작하게 뭉개어버린 것은 억울함이었을까. 그 어떤 말도 안되는 의무감이었을까.
자, 우리 대화의 어폐들을 속속들이 파헤쳐 보자.
잔학한 언어들. 우리가 사랑했던 언어들이야. 결국 두 언어는 한갓 너와 나의 언어였을 뿐 그 무엇도 되질 못해. 기억을 끄집어내 금붕어처럼 네 언어를 뻐끔대고 있어. 길고 깊은 네 언어 속에 짤따랗고 얕은 내 언어를 다시금 관통시키려고.
자 여기, 날 위해 또 널 위해서 이렇게 수줍은 여지를 남겨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