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보는 내내 아프지만 행복하다

by STAYTRUE

영화 <행복>은 클럽을 운영하며 자유분방한 삶을 살아가는 영수(황정민)와 ‘희망의 집’이라는 요양원에서 8년째 생활하고 있는 은희(임수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의 첫 장면은 영수가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차창 밖으로 던지는 장면이다. 이렇듯 영수의 성격이 어떠한지 대충 짐작이 간다. 그런 그가 간 경변을 앓게 되어 2-3년 동안 유학을 간다는 말을 남기고 시골의 요양원 희망의 집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만난 폐가 40%밖에 남지 않았다는 은희를 만나게 되면서 둘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영수가 있던 서울과는 다르게 한적하고 조용히 바람이 부는 시골. 고요하면서도 평화로운 곳에 희망의 집이 자리해 있다. 그곳에는 영수나 은희같이 몸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함께 산다. 영수와 같은 방을 쓰는 폐암에 걸린 아저씨가 수면 중 코골이를 멈추자 놀라서 아저씨에게 다가가보는 영수를 보면 그가 꽤 겁이 많은 남자라는 걸 알 수 있다.
희망의 집의 아침 풍경은 무척 활기차다. 다 같이 마당에 모여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절제합시다. 나는 건강합니다”를 외친 후 체조를 시작한다. 그들의 행복은 함께 생활하는 데에서 나오는 것이다.

둘만의 감정이 피어나고, 영수에게 혈액형이 뭐냐고 묻는 은희. 그런 은희는 자기는 O형이었는데 아프고 나서 A형이 되었다고, 그래서 소심해졌다고 말한다. 이 장면은 겉으로 보기에는 당돌해 보이고 씩씩해 보이는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도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사라져 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수와 같은 방을 쓰던 아저씨의 자살. 무척이나 혼란스러워하는 영수. 그러나 은희는 담담해 보인다. 그저 내색하지 않는 것이겠지. 은희의 마음속은 얼마나 헤집어져 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려왔다.
좀처럼 다가오지 않는 영수에게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여러 가지로 보여준다. 밭에서 일하는 영수에게만 음료를 가져다 주기도 하고, 영화관을 다녀온 후 남녀가 깜깜한 극장에서 영화 보게 되면 손도 잡고 그런다고. 그건 영화에서만 그러나 보라고. 그런 그녀를 영수는 무척이나 귀여워한다.

은희와 함께 희망의 집을 나가서 살게 된 영수는 그녀에게 묻는다. “은희야 넌 내가 그렇게 좋으니?”그러자 그녀는 “응. 영수 씨는”라고 묻지만, 영수는 대답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후에 아파서 병원에 간 은희에게 그는 나 이제 너 없으면 못 살 것 같다고 말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 듯 한 그의 행동은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그러던 중 서울에서 찾아온 친구와 수연(공효진). 그런 그들을 보며 영수는 잠시 일탈을 하려 한다. 서울에 간 그는 전 애인인 수연의 집에 머무른다. 그를 원하는 수연을 보며, 그 친구 나 많이 좋아한다고 말하는 영수. 너랑은 다르다고. 그렇게 자신을 사랑하는 그녀를 버려두고 와서는 하는 말이다. 계속 울려대는 전화를 보며 네가 받아서 나 죽었다고 하라고. 사랑에 있어 영수는 잔인할 정도로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준다.

은희의 곁으로 돌아온 영수. 모든 것이 짜증 나기 시작한다. 은희를 향한 그의 사랑이 닳기 시작한 것이다. 삶이 언제 끝날지 모른 채 살아온 은희는 그저 지금이 너무 소중하고, 지금의 행복이 좋다. 그런 은희에게 모진 말을 내뱉는 영수는 매우 야박하게 보인다. 그런 그에게 그녀가 복수할 수 있는 거라곤 그의 건강을 위해 주는 차를 던지듯 내려놓는 것, 신경질적인 걸레질을 보여주는 것뿐이다. 점점 악화되어 가는 둘의 관계는 사실 영수 혼자만이 진행하는 것이다. 너 없으면 못 살 것 같다던 영수가 너무나 변해버렸다. 네가 먼저 헤어지자고 하면 안 되냐고, 네가 좀 떠나달라고. 난 그런 얘기 못하니까 네가 먼저 말 좀 해달라고. 이렇게 영수는 은희의 남은 행복마저 갉고 또 갉는다. 그런 그에게 욕을 하다가, 무릎 꿇고 빌기 시작하는 은희. 영수가 예전에 은희에게 왜 밥 먹을 때 무릎을 꿇고 먹느냐는 질문에 "아파서요."라는 대답을 했던 그녀. 그녀가 지금 무척이나 아픈 것이다. 은희는 밖으로 나와 달리기 시작한다. 숨이 막힐 때까지. 참 안쓰러운 장면이다. 그러나 이런 그녀 또한 자신의 삶에 대한 무책임함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영수를 떠나보내고 서럽게 울기 시작하는 은희. 그런 그녀가 맘에 걸리지만 영수는 뒤돌아보지 않는다. 서울로 돌아온 그는 예전과 같은, 어쩌면 그때보다 더 문란한 생활을 하며 빈 가슴을 채워나간다. 그런 것들이 가슴을 진심으로 채워줄 수 없기에 그는 더욱 힘들어한다. 거울에 침을 뱉어 화를 분출해 보기도 하는 모습은 초라해 보이기 짝이 없다. 다시 몸이 안 좋아진 영수는 그녀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은희를 찾아간다. 생사의 고비에 있는 그녀의 손을 잡고 얼굴을 맞대어 본다. 그렇게 떠나간 그녀의 자리는 무척이나 공허하다. 그녀와 함께 했던 곳으로 가 은희의 옷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흐느껴 우는 그의 모습을 보면 영수에게 있어서 행복은 은희와의 함께 했떤 시간들, 자신을 사랑해준 그녀를 느끼는 것일 것이다. 그런 그가 다시 희망의 집으로 들어가며 한차례 아픔을 겪었지만 또 다른 희망을 찾아 가는 것을 영화는 보여준다. 진정한 사랑과 이별을 해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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