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사랑일까(Take This Waltz

관계의 역학에 관하여

by STAYTRUE

사라 폴리 감독의 2011년 작인 <우리도 사랑일까>는 루(세스 로건)와 결혼을 한 지 5년 차인 마고(미쉘 윌리엄스)가 새로운 남자 다니엘(루크 커비)를 만나게 됨으로써 겪게 되는 사랑의 갈등에 관해서 얘기한 영화이다. 무엇보다 색채가 아름다운 이 영화는 사랑스러우면서도 현실감 있는 섬세한 연출을 볼 수가 있다. 원제는 <Take This Waltz>인데, 왈츠라는 춤이 상대를 바꿔가면서 추는 춤이라는 것을 생각해 봤을 때, 이 영화의 대략적인 모습을 영화 시작 전에 그려볼 수 있다.

영화 초반 취재차 여행을 가서 만나게 되는 남자 다니엘과 비행기에서도 옆자리에 앉게 되는 우연은 이들의 감정의 시작을 알린다. 이 장면에서 마고가 다른 비행기로 갈아타게 되면 서의 두려움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참 인상적이다. "어떤 것들 사이에 끼어버려 붕 떠 있는 게 싫어요. 두려워하는 게 두려워요."같은 대사들을 하는데 이것에 대한 다니엘의 답변은 더욱 더 인상적이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일 같네요." 이 장면을 보면서 나는 이 두 사람이 결국엔 사랑에 빠져버리리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마고의 집 앞에 산다는 설정까지. 참 잔인한 설정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결혼한 여자임을 확실히 밝혀두기도 한다.

알콩달콩 결혼 생활을 이어가던 마고와 루는 그들만의 사랑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부부이다. 닭 요리를 연구하며 책을 준비 중인 루는 그녀에게 매일 요리를 해 주는 자상한 남편이며, 변함이 없는 남편이다. 그러나 이런 결혼생활이 5년이 지속함으로써 마고는 점점 권태를 느끼기 시작한다. 이런 중에 새로운 것에 대한 욕망이 그녀를 변화시키기 시작하는데, 마고의 섬세한 감정의 표현이 참 좋다. 그렇게 그녀 감정에 변화가 일어나고 그녀가 두려워했던 이도 저도 아닌 감정의 선에 서 있게 된다. 그런 그녀를 집으로 불러 마고의 이중성에 대한 그림을 보여주는 다니엘. 검정으로 그려진 마고와 빨간색으로 그려진 마고가 같은 몸에서 다른 방향으로 갈라져 있는 이 그림을 보고 화를 내는 마고의 모습은 선택해야만 하는 시기가 다가오는 것을 말해준다. 조카 토니 얘기를 하고 있지만, 자신의 감정을 고백하는 듯한 장면도 인상적이다. 이렇듯 마고는 이미 '그 순간'에 깊이 빠져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영장에서의 샤워 장면에선 이 영화가 말하고 싶은 것을 다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한쪽에선 할머니들이, 다른 한쪽에선 마고와 친구들이 샤워하고 있다. 이런 분리된 모습이 헌것과 새것을 상징하고 있는 것 같고, "새 것도 결국 헌 것이 돼. 헌 것도 처음에는 새것이었지."라는 한 할머니의 대사가 메시지를 관통하고 있다. 하지만 마고는 자꾸만 새로운 것을 쫓게 되는데 다니엘에게 30년 후에 어느 등대에서 만나 키스하자는 그녀의 모습은 이 관계에 선을 긋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루와의 관계가 조금씩 틀어지기 시작할 때, 마고는 다니엘과 함께 아무도 없는 수영장에서 둘만의 수영을 즐긴다. 물속에서 계속해서 교차하며 수영하다가 다니엘이 마고의 발목을 잡자 놀라며 수영장을 나가는 모습은 정체된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보이며, 홀로 남은 다니엘이 계속 직진하며 전진하는 모습은 그에 대한 사랑의 방향을 나타내 주기도 한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다니엘과 마고가 놀이기구를 타는 장면인데, 'video killed the radio star'의 노래와 함께 닿을 듯 말 듯한 그들의 모습에 나도 함께 환상에 젖어들었다가, 갑자기 놀이기구와 노래가 멈춤과 동시에 불이 켜질 때는 지극한 현실감을 느끼게 해 준다. 그러나 마고는 현실에 돌아와서도 선택을 하려 하지 않는다. 30년 후의 약속을 기약하며 떠난 다니엘을 쫓아 루를 버리고 떠나야 하는 마고. 쉽게 떠나지 못하는 마고에게 루는 괜찮다고 가보라고 말한다. 큰 변화 없이 늘 변함없던 루를 뒤로하고 뛰어가는 마고는 다니엘과의 새로운 삶을 시작해 나간다. 이때 Take this waltz 노래와 함께 등장하는 360도 트랙 샷은 다소 충격스럽기도 하다. 점점 그들의 공간이 일상으로 채워지게 되면서 영원히 설렐 것만 같던 그들의 사랑도 건조해지기 시작한다. 루와의 화장실씬, TV를 보던 씬처럼 반복되는 것들은 모든 새로운 관계도 지나고 나면 권태가 오게 된다는 것을 잘 나타내 준다.

루의 집에 잠시 방문하게 됐을 때, 시누이가 건네던 "삶에 빈틈이 생겨도 남들은 아무도 몰라. 그걸 바로잡아보겠다고 미친 것처럼 발악할 건 없어," 라는 대사와 루가 건네던 "보통 사람들은 한자리에 머무르길 원하잖아."라는 대사는 새로움을 좇아 익숙함을 버린 다소 어리석은 마고에게 일침을 가하는 장면이다.
마지막에 보여주는 부엌신이 영화의 첫 씬이었다는 것, 함께 타던 놀이기구에 마고 혼자 타서 라디오스타가 비디오를 죽였다는 노래는 느끼는 것은 결국 새로운 것이 옛것을 죽인다는 것과 그런데도 반복될 수밖에 없는 관계의 역학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모든 사랑에는 유통기한이 있는 걸까? 만약 그렇다면 그걸 꼭 지켜야 할까? 상했다고 버려야 할까? 사랑의 유통기한은 서로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헤어짐도, 지속적인 사랑도 둘의 책임인 것이다. 그렇기에 마고를 욕할 수만은 없다. 그 또한 그녀가 한 선택이고, 그 결과에 따른 아픔과 깨달음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선택은 자유다, 결과에 따른 책임이 따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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