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 안주하지 못하는 우리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소설의 주인공 요시야마 가즈코는 영화에 나오는 마코토의 이모이다.
어딘가 모르게 챙겨주고 싶어지는 명량 소녀 마코토는 7월 13일 아침에도 늦잠을 자는 바람에 급히 집에서 나와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밟기 시작한다. 가까스로 지각을 면한 마코토는 그날 평범한 학교생활을 하던 중에 아무도 없는 과학실에서 넘어지면서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마코토는 방과 후 이모에게 가는 길에 사고를 당하게 되는데, 여기에서 신기한 경험의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자전거 브레이크 고장으로 열차에 치인 마코토가 시간 여행을 해 사고 바로 직전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이 사실을 이모에게 가서 말하자 이모는 놀라지 않고 이렇게 말한다. 그건 타임리프인데 네 또래 아이들에게 자주 나타난다고. 이 사실이 믿기지 않는 마코토는 타임리프를 다시 시도해본다. 그러자 하루 전인 12일로 이동이 되어버린다. 이 사실이 마냥 기쁜 마코토는 자신이 13일에 당했던 실수들을 피하기 위해 다른 학생에게 자기 대신에 그 일을 겪게도 하고, 치아키와 고스케와 노래방에 가서 시간을 계속 되돌리기도 한다. 이런 사소한 일들에 타임리프를 하는 마코토를 보면 얼마나 천진난만한 캐릭터인지 알 수 있다. 또한 시간이라는 개념에 무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모는 타임리프의 사용을 남발하는 마코토에게 조언을 해주는데, 너의 행복이 다른 사람의 불행을 가져오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던져주어 마코토로 하여금 타임리프에 대해, 시간이라는 것에 대해 사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아니나 다를까 자신이 창피함을 면하기 위해 이용했던 친구 타카세의 난동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렇듯 마코토의 타임 리프들은 저신만의 사소한 시간 여행일 수 있으면서도 동시에 다른 누군가에겐 운명을 바꿀 중요한 일이 되기도 한다. 자신이 겪는 모든 시간 속에 다른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 오로지 나만의 것이 되는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코토가 치아키의 고백을 받고 그것을 듣지 않으려고 계속해서 타임리프를 시도하는 장면은 굉장히 인상깊은 장면이다. 아무리 시간을 되돌려도 마코토에 대한 치아키의 감정은 여전하다는 점에서 영화는 시간을 되돌린다고 모든 것이 변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의로 바꿀 수 없는 일도 있다는 것을. 시간의 이동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자신에게 주어진 타임 리프의 횟수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안 마코토는 그제야 조금씩 시간에 대한 사유를 해 나간다. 치아키의 고백이 부담스러워 시간을 돌려버렸는데 마코토의 마음은 점점 복잡해져 간다.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며, 이제 자신이 아닌 타인의 행복을 위해서 타임 리프를 하기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 마코토가 치아키가 미래에서 온, 타임 리프를 할 수 있는, 과학실에서 시간 이동장치인 호두를 잃어버려 마코토에게 타임리프의 영향을 끼친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그가 내일이면 이 시대를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제야 마코토의 무의식중에 흩어져 있던 기억의 조각들이 하나하나 맞춰지기 시작한다. 치아키에 대한 마음을 깨닫지 못했던 자신을 되돌아보지만, 그를 보낼 준비를 할 수밖에 없다.
다시 주어진 마지막 타임리프를 통해 치아키를 다시 만난 마코토는 그와 헤어지면서 울음을 터트리고야 만다. 하지만 타임 리프를 하기 전의 헤어짐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데, 그것은 마코토가 전과는 달리 자신의 감정을 깨닫고 진심을 담아 솔직해지니 그 울음이 불행해 보이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칠판에 적힌, 셋이 노래방을 갔을 때 치아키가 부르는 노래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는, 영화에서 계속 해서 등장하는 'Time waits for no one'이라는 문장처럼 절대 시간은 그 누구도 기다려 주지 않는다. 이렇게 영화는 계속해서 지나간 것은 거스를 수 없다는 시간의 불가역성을 말하고 있다.
시간이라는 개념에 대해 무지했던 마코토는 이 경험으로 인해 시간에 대해서 좀 더 깊은 사유를 할 수 있게 되었고, 또한 자신의 성장을 이루어 내기도 했다. 영화의 제목처럼 시간을 달리던 마코토에게 이제 더 이상 타임 리프의 능력은 존재하지 않지만 치아키의 말에 힘입어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현재의 시간을 사랑할 줄 아는 소녀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