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꿈꿔야할 파수꾼이란
영화 <파수꾼>은 윤성현 감독의 한국 영화아카데미 졸업작품으로, 다종상과 청룡영화상에서 주인공 기태 역을 맡은 이제훈이 신인남우상을 타고, 윤성현 감독도 다수의 수상을 하였다.
어딘가 모르게 삭막해 보이는 도시 속에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인 기태(이제훈), 동윤(서준영), 희준(박정민)은 절친한 친구 사이다. 영화는 초반부터 기태의 죽음을 알리며 역방향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나간다. 때문에 우리는 이들의 돈독했던 관계가 어떤 이유에서 깨어지게 되었는지 함께 파악해 나갈 수 있다.
우선 이 영화는, 청소년기에 직면해있는 남학생들의 심리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디테일하다. 작은 것 하나에 예민하고, 그로 인해 상처받고, 또 작은 것에 기뻐하는 아이들. 허나 이들에게 있어서 작은 일들은 결코 작게 작용하지 않는다. 사소한 일 하나가 크나큰 일이 되기도 하고, 그로 인해 상처를 받으며, 그들을 둘러싼 주변 모든 것들이 변모되어가기 시작한다.
어머니가 안 계시는 기태에게 친구들은 어찌 보면 자신의 일상의 전부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신의 행동이나 말로 인해서 뜻하지 않게 일들이 흘러가 버린다. 그 사건들 사이사이에 분명 감정을, 관계를 회복시킬 기회가 있지만, 기태는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못한다. 자신의 마음을 숨기기를 반복하는 기태는 어쩌면 마음을 드러낼 방법을 잘 몰랐을 수도 있다. 혹은 기태가 중요시하는 그 알량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은 일일 수도 있겠다. 사실 기태는 그것마저 없으면 내세울게 없을 것이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명백한 피해자 같던 희준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면 희준의 행동이 이해가 가고, 명백한 가해자 같던 기태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기태의 행동들이 이해가 가는 것이, 이 영화가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를 애매히 구분해 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해자였던 기태가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한다. 혼자 맺을 수 없는 것이 관계이듯이 절대 일방적일 수 없다는 것. 하여 그 어느 쪽이든 나의 모습이 될 수 있다는 것.
관계가 틀어졌을 때 기태는 자신이 아끼던 공을 희준에게 선물이라며 준다. 이런 모습을 봤을 때, 기태는 희준을 친구로 여겼음을 알 수 있다. 그가 그동안 희준에게 계속 마음을 쓰고 다가갔었던 것도 마음속에서 우러나왔던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희준은 기태의 죽음 이후에 이 공을 준영에게 주는데, 이 모습을 보면 기태에게 했던 희준의 말처럼, 희준은 기태를 처음부터 친구라고 생각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관계가 지속되기 위해선 타협과 인정, 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희준이 이를 거부함으로써 관계는 끝이 나 버린다. 사실 희준 또한 타협을 모른 체 자신을 방어해대기 바쁜 인물이다. 이들은 진실된 대화의 방식을 알지 못 했다. 그렇기에 더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기태가 결국 자신의 주변에 남은 사람이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을 때, 세상을 잃은 듯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이것이 그가 자살을 결심한 이유였을 것이다. 기태의 아버지(조성하)가 기태의 죽은 후에 자신이 알지 못했던 진실을 알고 싶어 하지만, 그 또한 기태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 방관자에 불과할 뿐이다.
이 이야기는 비단 성장기에 있는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인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불안정한 삶을 사는 사람들, 과연 우리는 진실을 추구하는 자인지, 과연 우리는 진실된 대화의 방법을 알고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 자기 자신조차 지키지 못한 영화 속 아이들을 떠올리며, 나부터 지킬 줄 아는 파수꾼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