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한계는 어디인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6번째 장편 영화인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는 아직 개척되지 않은 19세기 미국 서부의 사냥꾼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동료의 배신과 아들의 죽음을 겪은 후, 자신을 배신한 동료에게 처절한 복수를 결심하며 6주 동안 320km를 이동하였던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이야기다. 소설이 원작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남우주연상 등 12개 부문 후보이며 제7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작품상, 남우주연상, 감독상을 수상하였다.
대규모 모피 사냥을 나선 글래스 일당이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공격을 받는 영화 초반의 장면은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데, 이 장면에서 우리는 혼돈과 파국의 모습을 고스란히 전해 받을 수 있다. 단 한 대의 카메라만으로 촬영했다는 것이 놀라워지는 장면이다.
글래스가 성치 않은 몸으로 구덩이 속을 기어 나오는 장면은 생존을 향한 그의 불굴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자신의 전부였던 아들의 차가운 시신에 몸을 기대어 글래스는 어떤 다짐을 했을까. 이제껏 견뎌왔던 날들을 생각하며 다시 앞으로 나아갔을 것이다. 광활한 자연 속에서 글래스는 너무나 작은 존재이지만 그는 그 모든 상황들을 이겨내며 피츠제럴드를 찾아 나선다. 남은 거라곤 곰 가죽 밖에 없는 그. 이 곰 가죽은 글래스에게 죽음과 생명의 두 가지를 상징하고 있다. 극한의 상황들에 대처하고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그의 생존의 의지, 정신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복수극이 아닌 한 인간의 고통을 통한 회복성, 정신적 성장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지독한 정신력으로 다시 동료들의 곁으로 간 글래스가 도망친 피츠제럴드를 잡으러 나서고, 그를 맞닥트린 장면에서 뒤엉켜 싸우는 두 남자의 모습은 다소 우습게 보이기도 한다. 강 건너에서 다가오는 인디언 무리를 보고 영화의 중간중간 나오던 인디언 여자의 말처럼 복수는 신이한다는 말을 되뇌며 피츠제럴드를 떠내려 보내는 글래스. 그리고 피츠제럴드의 숨을 끊는 인디언. 글래스를 그냥 지나쳐 가는 인디언들. 이렇게 영화는 전체적으로 디테일 하지만 그 상황 상황들에 대해서 그 이유들을 일일이 설명하지 않는다.
마지막 관객을 마주 보는 글래스의 표정은 무엇을 의미할까. 자신이 극복할 수 있었던 긴 여정이 자신의 내면에서 무의식중에 나온 생존의 의지, 정신력이라는 걸 깨달았던 걸까? 비록 자신의 목적에 다다라서도 죽은 아들이 돌아올 순 없지만 그는 그 자신의 정신적인 성장을 이뤄낸 것이다.
영화의 내러티브가 완벽하지 못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워낙에 줄거리가 간단하기 때문에 관람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또 디카프리오의 연기야 말할 이유가 없지만 그 못지않게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준 톰 하디의 연기가 참 마음에 들었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많은 대사를 내뱉진 않는다. 때문에 더욱더 시각적인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것 같다. 잔인하고 처절한 영상임에도 한순간도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는 흡입력이 강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