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만난 사람들

by STAYTRUE

귀뚜라미 우는소리도 조심스러운 이른 새벽, 달그락 거리며 공병을 주우시는 할머니가 자신의 몸의 두 배나 되는 자루에 재활용품들을 쓸어 담고 계시다. 도와드리겠다는 말이 의심쩍으셨는지 한사코 거부하시더니 자신의 어깨에 자루를 매고 휘청휘청 걸어가신다. 뒤에서 보니 할머니 몸이 자루에 가려 보이지가 않으니 그 모습이 기이하고도 서글퍼 한참을 바라보다 다시 걷기 시작하며 생각을 한다. 할머니가 맨 저 자루가 그간 당신 인생의 고난들을 모은 것 같다고.


다시 내 앞으론 할아버지 한 분이 한 발 한 발 힘겹게 걷고 계신다. 천천히 걷다 뒤돌아보니 할아버지 그 무거운 발이 땅이 아쉬워 차마 쉽게 발을 띠지 못하신다. 어느새 큰 차이가 나 버린 할아버지와 나의 간격에 괜한 죄책감이 밀려오니 어떻게 내 갈 길만 갈 수 있겠나. 아쉬운 발소리 들으며 내 발에 그 처량한 리듬을 심어 박는다. 결코 따라 할 수 없는 그의 꽤나 오랜 인생의 리듬이다.


하여 오늘 새벽기도에선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그들을 위한 기도를 했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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