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남자의 사랑

by STAYTRUE

볼 때마다 마음이 애틋해지는 영화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는 독일 베를린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우연히 만난 한 소년 마이클(데이빗 크로스)을 한나슈미츠(케이트 윈슬렛)가 도와주게 되면서 그들 사이에 피어나는 사랑과 결국 이어질 수 없던 이야기를 안타까운 역사와 더불어 이야기해 나간다.
16살인 소년과 36살의 여자와의 사랑은 그리 얕지만은 않다. 많은 것이 처음이 마이클에게 한나는 목욕도 시켜주고 육체적 관계도 맺게 된다. 당신이 너무 아름답다며 그녀에게 더욱 더 빠져들게 되는 마이클은 매일 학교가 끝나면 한나의 집으로 달려가 책을 읽어주기 시작한다. 그렇게 행복한 추억들을 쌓으며 사랑을 지속해 나가던 둘에게도 이별의 순간이 찾아온다. 한나가 직장에서 사무직으로 발령이 난 후에 말없이 마이클 곁을 떠나게 되는데 그 이유는 그 후에 마이클이 한나가 재판 받는 법정에 참석하게 되면서 나타나게 된다.
20년 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일한 적이 있는 한나는 살인 방조죄로 법정에 서 있다. 수용소 근무 당시 보고서를 써낸 것이 한나의 필체인지 확인하는 장면에서 한나는 글씨를 써보지도 않고 자신이 보고서를 썼다며 고백한다. 사실 그녀는 문맹이기 때문에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했는데 이를 사랑하는 마이클에게도 숨긴 것은 한나 자신의 지독한 자존심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런 한나가 글을 쓰지도 읽지도 못하는 문맹이라고 마이클이 말했다면 형량이 달라질 수 있었겠지만, 마이클은 끝내 함구하고 만다. 이것은 한나가 자신이 문맹인 것 만큼은 숨기고 싶어했고 또 자존심을 지키고 싶어했던 것을 깨닫고 한나의 결정대로 두었던 것 같다. 또, 법학도인 마이클이 강의실에서 토론을 하는 중에 내비치는 정의의 갈망에 대한 것들과 그녀에 대한 배려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정말로 그녀를 사랑했기 때문에.

감옥에 간 한나에게 책을 읽은 것을 녹음한 테이프를 보내는 마이클과 소통하기 위하여 한나는 글자 공부를 하기 시작한다. 어린 아이처럼 삐뚤삐뚤한 글씨체지만 마이클에게 도착한 한나의 편지를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녀의 마이클에 대한 사랑이 큰 변화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20년이 넘는 수감 생활이 끝나고 그녀가 석방을 앞둔 몇일 전, 마이클외에는 다른 지인이 없는 한나이기 때문에 그에게만 연락이 온다. 당신이 거부하면 한나는 희망이 없다고. 면회를 간 그가 한나에게 묻는다. 지난 일들에 대해 생각해 보셨냐고. 그러나 그녀는 우리의 행복했던 시절을 말하는 것이냐고 말한다. 그런 그녀를 보며 자신의 지난 죄에 대해서 반성하지 않은 듯한 모습에 마이클은 화가 나는 듯 보인다. 한나도 느꼈는지 표정의 변화가 생기기도 한다. 일주일 뒤에 데리러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헤어지는 둘은 결국 끝내 다시 만나지 못한다. 책들을 쌓아 올려 그 위에 올라가 목을 매달아 죽은 한나는 짐을 꾸리지도 않았다. 애초에 떠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의 무지함은 과연 죄인 걸까? 무지로 인해 벌어진 일에 대해선 책임을 져야 하겠지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그녀에게는 도덕성이 무엇인지 왜 수용소에서 자신이 한 행동이 죄가 되는 것인지를 정확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일에 대해서 생각을 할 필요도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 그녀가 자신이 사랑하는 마이클에게서 마지막에 느낀 자신을 용서해주지 못하는 모습에 그녀는 자살을 결심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자신의 전 재산을 희생자 소녀에게 전해달라는 유서의 내용을 보면 이제야 자신의 지난 죄를 스스로 깨닫지 않았을까. 글을 깨우치며 판단력 또한 자연스레 생겼기 때문 일거라 생각해본다. 무지한만큼 순수할 수밖에 없던 한나의 과거를 용서할 수는 없지만 무지함을 두고 탓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문맹이라는 것은 단지 글을 읽고 쓰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잘 나타내준 영화이다. 한나를 나치 정권 시대의 희생자로 볼 수도 있어 독일사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다. 이 작품으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케이트 윈슬렛의 연기는 한나 슈미츠에 가장 알맞은 배우였던 것 같다. 영화 더 리더는 원작 소설만큼이나 먹먹한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