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울 것 같던 대화가 거북해지는 순간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후에 맞춰지는 더러운 퍼즐 조각들이 나를 더 메스껍게 했다. 대화가 끝난 후 창피함과 수치심이 동시에 몰려왔다. 대화들을 모두 삭제해버렸음에도, 이따금씩 생각이 밀려와 내 주위를 맴맴 돌아 힘들었다. 불쾌하다 못해 토가 나올 것 같아서 속이 울렁이기도 했다. 그리 길지 않던 대화는 내가 이제껏 느낀 가장 더러운 대화이자 기억이다. 대화를 시작한 지 고작 30분 만에 느낀 것들이었다. 며칠 고민을 한 후에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낫겠다고 말했다. 그분의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는 내가 판단하고 단정 지을 수 없지만 그분이 자신의 행동을 돌아봤으면 좋겠다. 한번 내뱉어진 말은 주워 담아지지 않는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말속에 숨겨진 무기가 얼마나 잔혹성을 띄고 있는지 잘 알기에.
본인이 지닌 숨겨져야 할 부끄러운 광기를 철학 내지는 문학으로, 어쩌면 더 많은 분야의 것들로 애써 포장하는 것 같이 보였다. 때문에 그가 지닌 모든 지식들이 볼품없게 여겨지기도 했다. 자신이 말하는 것은 외설스러운 것이 아닌 예술적인 것인 줄 아는 듯한 자신감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는데, 어떠한 주제를 두고 철학에 접목시켜 얘기하던, 문학에 관통시켜 얘기하던 본질이 더러우면 더러운 거니까. 내가 고치지 못하는 나의 추잡한 문제들 같은, 본인이 벗어나지 못하는 추잡한 문제일 수 있겠지. 근데 사실 난 철학에 대해서도 문학에 대해서도 그 무엇에 대해서도 뭣도 모른다. 그러니 그냥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