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추억도 될 수 없는 기억들

by STAYTRUE

사실 그게 언제였는지 정확히는 기억이 나질 않아. 아마 3년 전 여름이었을 거야. 인사도 없이 네가 떠나고, 난 마음이 너무 아파서 때아닌 열병을 앓기도 했었어. 그 뒤로도 꽤 오랜 시간 몸 여기저기가 아파서 병원 신세를 한참 지기도 했어. 병원에선 마음과 연결된 거라고 하더라고. 병원과는 가깝지 않던 내가 그럴 때도 있었어.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꽤 극복했었음에도 결국 너에게로 돌아오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더라. 그리고 다시 몇 달 후, 계속해서 오는 네 연락에 난 마냥 기뻐할 수도, 싫어할 수도 없어서 혼자 끙끙 앓곤 했어. 정말 다시 보고 싶었지만 미치도록 참았어. 3년 동안 꽤 정기적으로 오던 네 연락이, 대체 너에겐 어떤 의미였을까. 혼자 상상을 해 보기도 했고, 나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리기도 했었어. 내 멋대로 내린 결론에 마음이 너무 아팠어. 근데 가만 생각해보니 그게 사실일수도 있겠더라.
그렇게 자꾸 시간은 가고, 꽤 애매한 사이인 너와 나 사이에, 아무것도 아닌 우리 사이에 또 다시 서로 연락이 오갔을 때, 사실 정말 떨렸어. 며칠전 약속을 잡아놓고도 두 번이나 취소해 버린 건 결코 어떤 사정이 있어서가 아니야. 얼굴을 보면 감정이 되살아날까 그게 무서워서. 다시 상처받을까봐.
오랜만에 만난 너는 꽤 어른스러워졌더라. 마주 보고 앉아 얘기하던 네 뒤에서 바람에 실려오는 라일락 향기가 네 목소리와 섞이니 꽤 달콤하기도 했어.
너와 새벽길을 나란히 걸으며, 내 손에 살짝 스치는 네 손끝이, 내 어깨를 두드리는 네 힘줄 가득한 손이, 나에겐 너무 버거워진 거야. 혹시나 내 표정에 감정이 고스란히 나타나진 않을까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어. 그런 내 얼굴을 슬쩍슬쩍 들여다보는 네 모습이, 살짝살짝 스치는 네 몸이, 그게 너무 슬펐어.
난 있잖아, 우리가 아무 사이도 아니었으면 좋겠어. 혹시 지금 너도 내 맘과 같다면, 서로를 위해서 그냥 이렇게만. 정말 다시 또 보고 싶지만, 그럴 수 없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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