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앞에 추잡해지는 사랑하는 사람들
개봉 당시 초호화 캐스팅으로 논란이 됐던 영화이며 원작이 연극인 영화 <클로저>는 네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아름답기도, 찌질 하기도, 무책임하기도, 어리석기도 한 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낯선 사람이 가까워지기까지의, 또 가까워졌던 사람이 다시 낯선 사람이 되기까지의 일들을 보여준다.
영화의 오프닝은 주인공인 댄(주드 로)과 앨리스(나탈리 포트만)이 많은 인파 속을 걸으면서 서로의 존재를 의식하며 가까워지는 것을 보여준다. 같이 흘러나오는 Damien Rice의 ‘The Blower's Daughter’의 노랫말처럼 서로에게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은 너무 아름답다. 그렇게 둘의 만남과 동시에 그들은 첫눈에 반한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둘만의 사랑을 하던 댄과 앨리스, 댄이 스트립 댄서인 앨리스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게 되면서 책의 표지 촬영을 위해 만난 사진작가 안나(줄리아 로버츠)에게 강렬한 이끌림을 갖게 된다. 그 감정으로 인해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하는 앨리스와의 관계. 그리고 안나는 댄의 장난으로 인해 래리(클라이브 오웬)를 만나게 되고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게 된다. 이렇듯 얽히고설키게 되는 네 남녀의 모습들은 저마다 다른 실수를 하고 있는듯하지만 진실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귀결되고 있다.
서로가 한 번씩 서로를 스쳐가는 네 사람. 안나의 사진 전시회에서 자신의 우는 사진 앞에 서 있던 앨리스에게 다가온 래리에게, 그녀는 “사진 속 인물들은 슬프고 외로워요. 근데 사진은 세상을 아름답게 왜곡시키죠. 우습게도 사람들은 거짓에 열광해요.”라고 말한다. 이렇듯 영화 클로저에서는 진실 되지 못한 것들에 대해 계속해서 얘기한다.서로의 연인 이외에 다른 사람에게 눈을 돌리고 맘을 돌리면서도 뻔뻔하기 그지없는 그들의 모습이 진실 되지 못한 관계의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잘 말해주고 있다.
유부녀인 안나와 몰래 만나던 사실을 고백하는 댄에게 앨리스는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해?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사랑은 순간의 선택이야. 거부할 수도 있는 거라고”라며 구차하게 매달려 보기도 한다. 앨리스의 말처럼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선택이라는 권한이 주어지는 데, 어떤 선택을 해 놓고선 숙명인 것처럼 여기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내가 그리울 거라며, 나만큼 당신을 사랑해 줄 사람은 없을 거라고, 떠날 사람은 나라고 말하며 우는 앨리스의 모습은 자신의 사랑 앞에서는 솔직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안나와 헤어지게 된 래리는 그 화를 앨리스에게 푸는데, 이 장면에서 그동안의 래리라는 인물이 얼마나 저열하고 비열했는지 가장 잘 나타내 준다. 번듯한 의사인 것 같지만 그 이면에 숨겨둔 더러운 모습들. 그런 래리 앞에서 스트립 댄서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앨리스, 이혼서류에 싸인을 받기 위해 그와 마지막 잠자리를 하게 되는 안나, 안나를 돌려달라며 래리를 찾아간 댄의 모습. 이렇게 네 사람은 모두 각자의 모습들로 굉장히 찌질해진다. 이렇게 구차할 수밖에 없어지는 이유는 모두 사랑이라는 이유로. 댄의 말처럼 사랑은 하트 모양처럼 단순한 게 아니기 때문에. 그들이 저지른 일들에 대해선 어떠한 결과가 따르기 마련이기에.
영화는 계속해서 진실에 대해 강조한다. 진실에 중독됐다는 댄마저도 자신의 사랑 앞에서 진실되지 못한 모습은 지극히 모순적이다. 영화는 이러한 상징들을 가발, 거울, 채팅, 렌즈 등을 통해 보여준다. 비로소 댄이 자신의 눈에 끼고 있던 렌즈를 빼고 안경을 쓴 채 앨리스에게 장미꽃을 전해주지만 그 둘의 사랑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이미 너무나 많은 것을 서로에게서 보았기 때문인 것 같다. 믿음이 깨져버려서 진실되어 보이는 모습 속에 또 다른 거짓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앨리스를 힘들게 했을 것 같다.
우리는 가까이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모른 채, 진실을 두고 거짓을 찾아 헤맬 때가 있다. 이 영화는 이런 관계들에 대한 일침을 해 주는 영화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