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꿈을 꾸었어. 네 마음만큼이나 크고 무서웠어. 코끼리가 발로 내 배를 걷어차고, 난 저 멀리 굴렀어. 배를 움켜쥐고 아파하며 누워 있는데, 내 왼편에서 조금 작은 코끼리가 와서는 작고 긴 코로 내 배를 쓰다듬어 주었어. 내가 서럽게 울고 있는데 내 배를 걷어찬 코끼리가 작은 코끼리를 공격해버렸어. 그러자 작은 코끼리는 소리를 지르며 도망갔어. 다시 나는 큰 코끼리와 마주해야만했어. 걔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거야. 그게 무서워서 눈물을 글썽이는데, 그 아이 눈에서 구슬같이 투명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어. 그 모습이 너무 무섭고도 괴기해서 난 더 울었어. 한참 동안 울다가 멈춘 코끼리는 춤을 추기 시작했어. 귀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이용해서 춤을 췄어. 그러더니 어느 순간 푹, 주저앉으며 쓰러졌어. 코끼리가 쓰러지며 일으킨 모래바람이 내게 옷을 입혀주었어. 쓰러진 코끼리에게 다가가보니, 코끼리 눈이 빨간 거야. 말을 건네보았지. 왜 그러니, 어디가 아픈 거야? 코끼리 눈이 더 빨개지기 시작했어. 내가 울면서 말했어. 내가 도와줄 순 없는 거니? 어디가 잘못된 건지 말을 해 줄래? 그때, 코끼리 눈이 푸른 바닷 빛으로 변하더니, 길고 큰 코로 내 옆얼굴을 쓰다듬어 줬어. 내가 계속 우니까, 코끼리도 따라 울었어. 코끼리 눈물 색은 피보다도 빨갰고, 내 눈물 색도 빨갰어. 코끼리 눈알이 눈 밖으로 또르르 굴러 나왔고, 두 눈은 검은 공동같이 되어 버렸어. 그다음에 코끼리는 그 공동 같은 두 눈을 스르르 감았어. 코끼리가 내게 남기고 간 눈알은 바다처럼 빛나는 푸른 눈알이었어. 그 꿈을 꾼 이후에 난 코끼리를 보면 눈을 들여다보게 돼. 검은 눈동자 속에 있을 푸른빛을 찾으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