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by STAYTRUE

고요함 속에 그대를 묻고, 그 그리움을 되새기는 것은 죄가 될 수 없다고 했다. 깨끗이 지워지지 못한 너의 문신을 더듬거리던 일을 회상하는 것이 죄가 아닌 것처럼. 여전히 내 주위엔 내 맘을 흔드는 의미 없는 언어들이 배회한다. 그립다는, 사랑한다는 말은 너무 많이 써버려서 효험이 없어진 빈말뿐임을 알면서도 이따금씩 내뱉곤 한다. 깊은 새벽 가로등 불빛 주위에서 춤추는 수많은 먼지들처럼, 내 몸을 산산 조각내어 수억 개의 존재들로 당신을 둘러싸고 춤추고 싶다. 결국엔 접어지고야 마는 생각들, 드러낼 수 없는 마음임에 이토록 아프다. 올여름은 꽤나 비참했다. 헤어진 연인에게서 간지러움을 도무지 참지 못하겠다는 말을 들은 한 여자의 비참함보다도 더. 날 우습게 보았던 것에 대해서, 난 그를 원망할 수가 없기에, 배가 불러도 기어이 목구멍으로 욱여넣는 음식처럼 내 모든 생각들을 애써 다시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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