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by STAYTRUE


감정의 평안함을 방해받을 때 무너지던 나에게, 책장을 조심스레 넘기다가 손이 베여버려 아파하던 나에게, 옷장의 옷들을 정리하다 그 위에 그대로 엎어져 잠든 나에게, 상처가 없음에도 몸 여기저기에 덕지덕지 연고를 바르던 나에게, 허약한 믿음을 견고한 믿음이라 믿고 있는 나에게, 생리적 믿음을 갖고 살아가지만 그것이 꽤 합리적인 믿음이라 생각하는 나에게, 주저앉아 울어버리지 못하는 나에게, 바람을 좋아하는 나에게, 바람이 불어오면 불어오는 대로 흔들리는 나에게, 확신을 의심하는 나에게, 다가오는 것을 끌어안는 법을 모르는 나에게, 사랑할 것들을 사랑하지 못하는 나에게, 깨나 긴 가을을 사랑했던 나에게, 이젠 그 가을을 보내야만 할 나에게, 더 이상 나로 살아지지 않아 나를 버려야 하는 나에게, 그럼에도 오롯이 나로 살아질 것인 나에게, 수시로 감정이 격앙되는 나에게, 내 삶에서 낙오되어버린 사람들을 곁에 둔 나에게, 내가 나에게, 그리고 다시 나에게, 내가 나여서 그렇게 내가 나에게, 나에 대해 아는 사람이 나 하나뿐이어서 이렇게 내가 나에게, 나에게,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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