탓꽃이 피었습니다
햇살이 낮게 내려앉은 오후, 네 사람은 정원 한가운데 가즈보에 모여 앉았다.
탓꽃이 피어난 자리에서, 손끝으로 흙을 만지며 서로의 시선을 느낀다.
“이 꽃이 이렇게 활짝 피는 걸 보면, 지난날 우리가 한 말과 행동도 조금은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현희가 낮게 말했다.
팔연이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저 잡초만 뽑으려고 했는데, 꽃을 심으면서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고 있었던 거구나 싶더라구요.”
도연이 흙 위로 작은 새싹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탓꽃은 참 이상해요.
잡초가 자라던 자리에서 피어나는데, 그 꽃을 보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져요.”
재심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탓이라는 건 여전히 우리 안에 남아 있지만, 그 옆에서 꽃이 자라는 걸 보는 순간, 탓도 나쁘지만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팔연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니까,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고 기다린 시간이 꽃으로 피어난 거네요.”
현희가 잠시 멈춰 서서 말했다.
“탓을 완전히 없앨 순 없겠지요.
그렇지만 그 옆에 이렇게 꽃을 심는다는 게, 조금이나마 우리 자신을 용서하는 일이 될 수도 있겠어요.”
도연이 흙에 물을 주며 덧붙였다.
“탓꽃을 돌보면서 알게 된 게 있어요.
책임을 느끼는 것과 죄책감은 달라요.
책임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연결돼 있고, 죄책감은 과거의 그림자에 머물러 있거든요.”
재심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나는 오늘, 네 사람과 함께 있는 이 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서로의 탓을, 서로의 꽃을 함께 보는 시간.”
팔연이 장난스레 말했다.
“그럼 우리 정원은 이제 탓과 꽃의 박물관이 되는 거네요.”
현희가 웃었다.
“박물관이라도 좋아요.
적어도 여기선 탓이 자라도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니까요.”
해질녘, 정원에는
탓꽃과 후회꽃, 서운꽃, 용서꽃이 함께 있었다.
잡초였던 자리는 이제 살아 있는 증거가 되었고, 네 사람은 흙과 꽃 사이에서 말보다 오래 남는 이해와 위로를 느꼈다.
도연이 속삭였다.
“탓꽃을 돌보는 일, 사실 우리 자신을 돌보는 일이기도 하구나.”
재심이 조용히 답했다.
“맞아요. 탓을 뿌리째 뽑으려 하지 않아도 돼요.
그 옆에 꽃을 심으면, 그 자리에서 우리는 더 단단해지니까요.”
팔연이 마지막으로 흙을 다독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탓꽃은 결국 우리 마음속에 남은 시간의 꽃이네요.”
현희는 손을 멈추고, 탓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꽃을 돌보는 동안,
우리는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던 거예요.”
정원은 조용히 숨 쉬고 있었다.
탓꽃과 함께 자라는 네 사람의 우정도 서서히, 그러나 튼튼하게, 서로를 향해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