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제한 60km 도로.
나는 그저 평범한 일상의 길 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반대편에서 다가오는 승합차 한 대가 중앙선을 그대로 물고 내 쪽으로 한참을 달려오고 있었다. 순간, 온몸이 굳어졌다. “부딪힌다.” 본능이 소리쳤다. 반사적으로 핸들을 꺾고 브레이크를 밟았다. 바퀴가 비명을 지르며 노면을 움켜쥐었다. 아찔하게 차체가 옆으로 흔들리다 간신히 균형을 잡았다.
하마터면 도로 밖으로 튕겨나갈 뻔했다.
눈앞이 하얘지고, 숨이 목구멍에 걸려 들썩였다. 심장은 고장 난 북처럼 마구 두드려댔다.
그러나 정작 내 앞을 가로지르던 그 차량은, 죄책감도, 멈춤도 없이 줄행랑을 치듯 달아나 버렸다.
그 순간, 불행과 참사가 갈린 것은 단지 0.5초의 차이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졸음, 달리는 폭탄
졸음운전은 몸의 피곤한 상태, 그 이상이다. 잠깐의 눈꺼풀 무게는 곧바로 핸들을 놓는 것이나 다름없다. 도로 위에선 단 몇 초만 눈을 감아도 수십 미터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 거리는 사람의 생을 삼킬 만큼 충분하다.
휴대폰, 치명적인 블랙홀
운전 중 휴대폰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
한 번만 화면을 내려다봐도, 그 순간 차는 주인 없는 짐승처럼 질주한다.
짧은 메시지 확인, 한 줄의 답장, 스쳐 지나간 알림 하나가 나와 타인의 삶을 단칼에 끊어낼 수 있다.
그날, 간신히 피했다
사고는 늘 남의 일이 아니었다.
한순간의 방심이 도로 위에서 얼마나 무섭게 화살로 날아오는지, 그날 뼈저리게 배웠다.
길 위의 방심은 곧 살인을 허락하는 것이다.
잠이 오면 멈추고, 전화가 울리면 나중에 받는 것.
이것이 사람의 목숨을 지키는 가장 단순하고도 확실한 방법임을 나는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그 순간을 떠올리면 아직도 등골이 오싹하다.
생과 사는 언제나 0.5초의 틈에 걸려 있고, 우리는 늘 위험의 사각지대에 노출되어 있다.
그 틈은 마치 어두운 블랙홀에 빨려드는 사망유희 같다. 나는 그저 운이 좋아 살아남았을 뿐이다.
오늘도 나는, 도로 위에서 미친 듯 질주하는 습관에 철퇴를 내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 다짐이, 내게는 다시는 그 0.5초를 잃지 않겠다는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