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양말이의 호소

양말이는 천재견인가

by Surelee 이정곤



양말이는 과연 천재견인가.


그녀석이 가끔 나를 놀라게 한다.

내가 집에 돌아왔을 때, 양말이는 평소처럼 꼬리를 마구 흔들며 달려올 줄 알았는데 그날 따라 조용히 앉아 있었다. 두 앞발로 기다란 비닐 조각을 꼭 움켜쥔 채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강풍에 날아다니는 비닐을 주인을 위해 움켜쥐고 있는 것처럼 보여 순간 마음이 찡했다. ‘참 대견하다’는 생각이 먼저 스쳤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밥을 주려고 그의 집앞을 바라보는 순간, 어제와 똑같은 장면이 펼쳐져 있었다. 또다시 성인 키 두 배는 되는 긴 비닐을 앞발로 힘껏 쥐고 있는 양말이.

순간 의문이 들었다. ‘누가 일부러 준 건가?’

하지만 주변을 둘러본 끝에 데크 끝단에서 바람에 풀려 나온 비닐을 발견하고서야 모든 상황이 또렷해졌다.

양말이는 강풍을 견디며, 그 차가운 칼바람 사이에서 자기 집을 지키고 있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어도, 자신의 방식으로, 자기만의 언어로 진작부터 나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비닐을 발로 꽉 붙잡고 있었던 건 비닐이 날아갈까봐 붙들고 있었던 게 아니라, 마치 “주인님, 여기가 너무 춥습니다. 제 집을 좀 따뜻하게 해주세요.”하고 간절히 요청하는 마음이었음을 그제야 이해했다.

요즘처럼 뼛속까지 스며드는 칼바람에, 양말이가 얼마나 시렸을까.

그간 추위를 무심히 지나쳤던 나의 둔감함에 스스로 부끄러워졌다.

말 한마디 못해도 성큼 다가오는 겨울을 준비하고 있던 작은 생명 앞에서 죄책감이 가슴을 눌렀다.

결국 나는 만사 제쳐두고 양말이 집으로 향했다.

스티로폼을 대고, 비닐을 덮고, 바람이 스며들 틈을 최대한 막았다.

작업을 하는 중에도 강풍이 불어서 추위에 온몸이 떨렸다.

작업이 완성되어 갈 무렵, 양말이가 나를 향해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바라보던 그 눈빛으로 천천히 와서 내 다리에 코를 갖다 댔다.

아마도 그것이 ‘고맙다’라는 말이었을 것이다.

나는 종종 양말이를 ‘똑똑한 개’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그날 만큼은, 그 녀석이 단순히 영리한 존재를 넘어, 말은 못해도 삶의 감각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진짜 지혜를 지닌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양말이가 움켜쥔 것은 비닐이 아니었다.

따뜻함을 바라는 마음이었고, 살고자 하는 절규, 그리고 나를 향한 믿음이었다.

그렇게 보온작업을 마치고나니 내마음도 따뜻해졌다.

앞으로 그 녀석의 집 앞을 스치는 겨울바람도 조금은 다른 결로 느껴질것이다.

살아 있는 존재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같은 계절을 건너고 있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더 깊이 알게 되었다.

생명 하나가 보내는 미세한 신호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늦은 깨달음을 나는 품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도 양말이는 조용히, 다정하게, 내가 알아주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내 곁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