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빛에 물든 세 사람의 하루

두 친구 이야기

by Surelee 이정곤


노을빛에 물든 세 사람의 하루

나이가 들수록 하고 싶은 것이 점점 줄어든다.
나도 한때는 하루를 가득 채울 만큼 하고 싶은 일들이 넘쳤지만, 이제는 욕심이 그만큼 크지 않다.
그렇다고 삶이 비는 건 아니다. 오히려 빈자리 덕분에 더 또렷하게 보이는 삶의 여백이라는 것이 있다.

현희와 재심,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두 친구와 보낸 하루도 그랬다.
두 친구는 그들의 이름을 딴 희심원이라는 정원에서 흙을 만지고, 묵묵히 풀을 뽑고, 필요한 만큼만 말을 나눴다. 나는 그 둘 사이의 틈새로 내려앉는 햇살처럼 삶의 여백이 주는 즐거움에 흠뻑 취한 채로 여유있는 시간을 움켜쥐고 있다.
바람 소리와 분주한 손길이 흙을 부드럽게 가르는 소리가 그날의 배경 음악이었다.
우리는 일을 마치고 두우리 해변으로 향했다.
해가 기울며 바다 위로 붉은 빛을 흘렸다. 노을은 매번 비슷한 듯하면서도 항상 다르게 스며들었다.
그 수천 가지 색의 변주가 내 두 친구의 매력과 닮아 있다고, 그 순간 불현듯 생각했다. 오래 봐도 질리지 않고, 매일 보아도 늘 새로운 친구들.
우리는 해변을 걸으며 그 빛을 충분히 바라본 뒤, 집으로 돌아와 식탁에 앉았다.
무우 생채와 푸릇한 나물, 단촐한 반찬에 윤기 흐르는 흰쌀밥, 그리고 갓 태어난 참기름을 큼직한 양푼에 넣고 비벼서 만든 비빔밥을 각자 한 그릇씩 비워냈다.
특별한 재료가 아니었음에도 두 친구가 만들어준 그 별미는 색다른 노을빛처럼 깊었다.
아마도 그날 하루의 이야기와 노을빛, 서로에 대한 신뢰가 양념처럼 자연스레 스며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하고 싶은 게 줄어든다 해도, 이런 하루는 내게 더없는 축복이자 활력이라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욕망이 줄어드는 만큼 감사함이 그 자리를 채워주는 나이.
그렇게 나는, 나만의 색을 잃어가는 내삶의 여백에 작은 빛이 되어주는 친구들이 있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