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함께 사는 법

순풍과 역풍 이야기

by Surelee 이정곤

태국 반끄룻의 매력 중 하나는 18km나 이어지는 롱비치다. 끝이 보이지 않는 해안선은 마치 시간을 길게 늘여놓은 듯 고요하다. 이곳에 장기 체류하는 유럽인들의 일상은 놀랄 만큼 단순하다. 아침이면 바닷가를 걷고, 낮에는 선탠을 하거나 책을 읽고, 해 질 녘이면 자전거를 탄다.

나 역시 그 흐름 속에 있다. 아침저녁으로 해변을 걷거나 자전거를 타며 하루를 연다. 오늘은 늦은 점심을 먹고 천천히 페달을 밟았다. 바다는 잔잔했고, 햇빛은 부드러웠다. 순풍이었다. 몸이 가벼웠고 생각도 맑았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역풍을 만났다. 같은 길인데 전혀 다른 길이 되었다. 페달은 무거워졌고, 숨은 거칠어졌다. 앞으로 나아가고는 있지만 제자리걸음처럼 느껴졌다.

살다 보면 순풍의 때가 있다. 일이 풀리고, 관계가 부드럽고, 마음이 평안하다. 그때 우리는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기 쉽다. 마치 내가 잘 달려서 속도가 난 것처럼 착각한다. 그러나 바람이 등을 밀어주고 있었음을 우리는 자주 잊는다.

반대로 역풍의 때가 있다. 아무리 애써도 진전이 더디고, 작은 일에도 마음이 지친다. 성공 대신 실패를, 평안 대신 고난을 만난다. 왜 하필 지금인가. 왜 나인가 라고 우리는 묻는다.

하지만 순풍과 역풍은 서로를 규정한다. 순풍만 계속된다면 우리는 바람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다. 역풍이 불어야 비로소 이전의 은혜를 안다. 성공은 실패를 통해 겸손을 배우고, 실패는 성공을 통해 희망을 배운다. 평안은 고난을 지나며 깊어지고, 고난은 평안을 기억하며 견뎌진다.

상호성은 삶의 균형 장치다. 빛은 그림자를 만들고, 그림자는 빛을 더 또렷하게 한다. 밀물은 썰물을 전제로 하고, 썰물은 다시 밀물을 준비한다. 우리가 어느 한쪽만을 붙들고 살 수 없는 이유다.

자전거를 타며 나는 방향을 바꿔보았다. 역풍은 더 이상 나를 막는 힘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저항이었다. 근육은 저항을 통해 자라고, 마음은 고난을 통해 깊어진다. 만약 계속 순풍이었다면 나는 그저 흘러갔을 것이다. 그러나 역풍은 나에게 ‘내 힘’을 사용하라고 요구한다.

삶은 일방통행이 아니라 상호작용이다. 자연과 인간, 성공과 실패, 평안과 고난이 서로를 비추며 완성된다. 우리는 순풍 속에서 감사하고, 역풍 속에서 성찰한다. 둘 중 하나만으로는 온전한 사람이 될 수 없다.

해안도로 끝에서 나는 자전거를 세우고 잠시 바다를 바라보았다. 바람은 여전히 불고 있었다. 다만 내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달라졌을 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순풍의 길에서 즐거워하고, 또다른 누군가는 역풍의 길에서 불안해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순풍일 때는 겸손히 감사하고, 역풍일 때는 묵묵히 단단해지는 것이 이치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우리는 바람과 함께 늙어간다.

역풍을 견뎌내느라 힘겨워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불끈 솟아나길 응원한다.

어느 순간, 순풍도 역풍도 결국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같은 바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