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 이야기

짜증은 내어서 무엇 하나

by Surelee 이정곤

나의 짜증은 정당한가


어제 가즈보의 차양막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나는 짜증을 냈다.

마치 아이가 꿋꿋이 잘 버텨내다가 엄마가 나타나자 억눌린 울음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는 것처럼,

나는 그렇게 짜증을 잡지 못했다.


"미안하다. "

그렇게 말은 했지만, 미안함보다 먼저 들이닥친 건 후회와 허탈감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참을걸.

아니, 애초에 왜 그리 쫓기듯 일을 했을까.

햇살은 생각보다 뜨거웠고, 고정 나사 하나가 뜻대로 박히지 않았다.

손바닥엔 땀이 배고, 눈썹 아래로 흘러내린 땀방울이 망치질을 방해했다.

어떤 말도 건네고 싶지 않은 순간, 마음 한 구석에서 '툭' 하고 무너진 조각이 있었다.

그 조각의 이름이 바로, 짜증이었다.

짜증은 일상의 틈새로 스며드는 감정이다.

격렬한 분노도 아니고, 깊은 슬픔도 아니며, 기꺼이 받아들이기엔 어딘가 찌그러진 감정의 잔재 같다.

그렇기에 더 애매하다. 대체 이 감정은 어디서 오는 걸까? 왜 하필 지금? 왜 이렇게 자주?

누군가는 말한다. "짜증은 사소한 불만의 표출일 뿐이다."

하지만 내겐 그렇지 않다. 짜증은 내 안의 무력감과 결핍감, 그리고 기대와 현실 사이의 마찰음이다.

무언가 잘못된 건 알겠지만,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은 상태.

짜증은 그런 감정의 짙은 안개와도 닮았다.

돌아보면, 짜증을 낼 땐 늘 내가 무너지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

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았을 때,

기꺼이 감내할 수 있다고 다짐했지만 어느새 지쳐 있을 때,

내가 너무 애쓰고 있다는 걸 알아주는 이 하나 없는 순간에.

그리고 그 감정은 종종 가장 가까운 이에게 전이된다.

짜증은 칼이 아니지만, 말보다 빠르게 상처를 남긴다.

말하지 않았어도, 눈빛과 몸짓, 한숨과 목소리 높낮이로 전해지는 감정.

짜증은 마음의 진동이다. 그 진동은 흔들림을 만들고, 결국 틈을 만든다.

이따금은 생각한다.

짜증을 내지 않고도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방법은 없을까.

왜 하필 그 상황에서 짜증이 솟구쳤는지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언제나 무언가 '채워지지 않은 감정'이 있었다.

오늘도 나는 나사 하나가 맞지 않는 삶을 살아간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나를 조용히 붙잡는다.

"짜증은 내어서 무엇 하나."

그리고 그 말을 한 번 더, 속으로 곱씹으며 너에게 말한다.


"미안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