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나를 깊이 바라보는 힘(6)

통재— 마음의 흐름을 다스리는 지혜

by Surelee 이정곤


변화는 끝이 아니다.
흐름은 언젠가 방향을 잃고 넘치기도 하고, 멈춰 썩기도 한다.
진정한 변화는 흐르는 마음을 스스로 조율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통재(通宰)는 억누름이 아니다.
감정을 꾹 눌러 참거나, 무조건 긍정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마음의 흐름을 인식하고, 넘치지 않게, 막히지 않게,
부드럽고 단단하게 자신을 다스리는 힘이다.
세상은 예고 없이 감정을 흔든다.
분노, 실망, 두려움, 무기력…
우리는 그 앞에서 종종 억누르거나 피하거나, 외면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억눌린 감정은 썩고, 외면한 감정은 더 큰 파도로 돌아온다.
통재는 감정을 없애는 기술이 아니라,
감정을 안전하게 통과시키는 지혜다.
현희는 상담 중에 종종 자신의 상처와 마주한다.
특히 학대 피해자들의 말은 그녀의 오래된 기억을 건드리곤 했다.
초반에는 상담이 끝난 후 무너지는 날도 많았다.
그러다 어느 날, 그녀는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그들의 고통이 내 안에 울리게 하되, 휩쓸리진 않겠어.”
그때부터 그녀는 감정을 회피하지 않으면서도 중심을 지켜내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통재의 시작이었다.
정곤은 감정에 민감한 사람이다.
그는 글을 통해 슬픔과 분노, 사랑을 표현했다.
하지만 감정이 삶을 잠식할 듯 몰려올 때가 있었다.
그는 노트에 적었다.
“나는 슬픔을 쓰고 있지만, 그 슬픔이 나를 대신 살아선 안 된다.”
감정은 삶의 일부일 뿐, 주인이 되어선 안 된다.
그가 배운 통재는, 감정을 느끼되 자신이 주체로 남는 것이었다.
재심은 병원에서 감정과 판단 사이를 오간다.
환자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면서도, 객관적인 결정을 내려야 했다.
그녀는 말했다.
“나는 내 마음에 귀 기울이되, 그 소리가 판단을 삼키지 않게 해요.
마음을 따른다는 건, 감정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함께 걷는 일이죠.”
통재는 궁극적으로 ‘자율’이다.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타인의 반응에 흔들리지 않으며,
내면의 기준으로 살아가는 태도.
그 자율은 단련되는 것이다.
매일의 일기 속에서, 조용한 산책길에서,
침묵과 선택의 순간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중심을 세워간다.
‘통’이 관계를 열고 흐르게 했다면,
‘재’는 그 흐름을 조율하고 지속시키는 힘이다.
통재는 살아내는 철학이다.
회복의 여정을 지나, 이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흐름을 어떻게 지켜갈 것인가?”
그 물음 앞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이 지혜는
마지막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여는 문이 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