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너와 나, 우리를 잇는 다리(1)

통연— 인연을 이어가는 태도

by Surelee 이정곤


인연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누구와든 스쳐 지나갈 수 있지만, 그 스침을 이어가는 태도는 우리의 선택이다.
통연(通緣)은 그 선택의 방식이다.
단절되지 않도록 관계의 끈을 엮고, 지나치지 않도록 마음의 귀를 기울이는 태도.
그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흐르게 만드는 첫걸음이다.

현희는 매주 화요일, 한 노인을 찾아간다.
지난겨울, 여성상담소의 한 프로그램에서 만난 독거노인이었다.
그 인연은 처음엔 일회성 방문으로 시작되었지만, 어느새 그녀의 삶에 정기적인 리듬이 되었다.

“그 할머니는 제 이야기를 거의 듣지 않아요. 늘 자기 얘기만 하시죠.
그런데도 그 시간을 지나고 나면 제 안이 편안해져요.”
현희는 어느 날 그런 말을 꺼냈다.
아마도 그 시간이 어떤 마음의 흐름을 만들어냈기 때문일 것이다.

통연은 이런 것이다.
꼭 무언가를 주고받지 않아도, 누군가를 기억하고, 기다리고, 조용히 곁에 서는 일.
관계는 때로 격렬한 감정으로 시작되지만,
오래 가는 인연은 조용한 리듬 속에서 길러진다.
마치 고요한 강처럼, 격류가 아닌 잔물결이 서로를 적신다.

정곤에게도 그런 인연이 있다.
그가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 아무런 반응 없이도 늘 댓글을 달아주던 한 독자.
그는 말한다.
“그 사람이 떠나면 나도 멈출 것 같았어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익명의 자리.
하지만 그 작은 연결이 글을 이어가게 했다.

통연은 형식이 아니라 마음의 태도에서 시작된다.
익명 속에서도, 일방적인 자리에서도, 진심은 길을 낸다.

재심은 말한다.
“환자들이 퇴원하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우연히 다시 만나면 그 인연이 계속 흐르고 있더라고요.
내가 잊었다고 해도, 그들의 기억 속에서 나는 여전히 존재했어요.”

진심으로 맺어진 인연은 단절된 것처럼 보여도, 삶의 어딘가에서 흐름을 이어간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관계를 만든다.
하지만 그중 얼마나 많은 인연이 진심으로 흐르고 있을까.
통연은 마음의 끈을 느슨하게 놓지 않는 힘이다.
밀쳐내지도, 억지로 끌어당기지도 않는, 흐름을 허용하는 유연한 신뢰.

그것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인연을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닌,
지금도 살아 있는 ‘관계의 생명’으로 바라보는 태도.

그것이 진정한 통연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