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너와나,우리를 잇는 다리(2)

통존(通存) — 다름 속에서 함께 존재하기

by Surelee 이정곤


사람은 다르다.
겉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내면의 우주는 각자 전혀 다른 별처럼 존재한다.
통존은 이 다름을 밀어내지 않고, 함께 있는 방식으로 품어내는 태도다.
정곤은 영광군 찰보리축제에서 홍보를 맡게 되었을 때,
축제의 전국화를 위해 지속 가능한 아이디어를 여럿 제시했다.
지역성을 살린 콘텐츠 협업,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스토리 기반 홍보 등
새롭고 다양한 방식이었다.

하지만 기존 추진위원들은 현실적 제약을 우려하며
처음엔 다소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곤은 자유롭고 유연한 방식으로 일하길 원했고,
운영진은 검증된 방식과 일정 내 실행 가능성을 중시했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너무 다른 리듬으로 움직이고 있었죠.”
하지만 그는 예전에 현희가 했던 말을 기억해냈다.
“정곤 씨가 가진 그 ‘다름’이 있어서 이 공동체가 더 살아 있어요.
불편하겠지만, 그 불편에 귀 기울이면 더 넓어질 수 있어요.”
그는 아이디어 실현을 위해 묵묵히 실행에 옮겼고,
결국 예상보다 큰 홍보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서로 다른 리듬 속에서도, 각자의 방식이 조율되며
조금씩 공존의 균형을 찾아가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통존은 다름을 포기하거나 극복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의 간격을 알아차리고, 그 안에서 조율하며 함께 머무는 일이다.

재심은 병원에서 자주 엇갈리는 입장을 마주한다.
의료진은 “왜 가족이 더 이상 오지 않느냐”고 하고,
간병인은 “우리는 환자가 아니라 사람을 돌본다”고 외친다.
환자는 “그냥 조용히 퇴원하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그 안에서 그녀는 조용히 관찰하고, 말없이 균형을 잡아간다.

“모두 다 옳고, 모두 다 틀릴 수 있어요.
그래서 더 조심히 귀 기울이고, 지켜보는 게 중요하죠.”
그녀의 말처럼, 통존은 상대를 이해하려 애쓰기 전에,
함께 있는 것을 견디는 것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속도와 방식으로 살아간다.
때로는 그 다름이 불편하게 느껴지지만,
통존은 그 불편함을 없애려 하지 않는다.
대신, 함께 숨 쉬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나는 느리게, 너는 빠르게 움직이더라도
우리는 같은 공간을 다르게 채우며 공존할 수 있다.

다름은 틀림이 아니다.
다름은 세상을 더 다채롭고 깊이 있게 만드는 재료다.
그 다름을 굳이 바꾸려 하기보다,
그대로 두고 함께 살아내보려는 태도 —
그것이 진정한 통존의 시작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