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통(通)의 실천 — 일상에 스며들다(4)

통합 — 흩어진 나를 하나로 모으다

by Surelee 이정곤

통합 — 흩어진 나를 하나로 모으다


사람은 하나로 보이지만 사실은 여러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다. 과거의 나, 지금의 나, 바라고 싶은 미래의 나. 일터에서의 나, 가족 속의 나, 친구들 앞의 나. 때로는 이 조각들이 충돌하고, 때로는 서로를 외면한다. 통합이란, 흩어진 자아의 조각들을 정직하게 마주하고, 그것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묶어내는 과정이다. 그것은 자기 자신과의 깊은 소통에서 시작된다.

재심은 한동안 이율배반적인 삶 속에서 괴로워했다. 병원에서는 까다로운 규정과 수치 속에서 일하며 냉정해야 했고, 집에 돌아오면 동료들의 사연이 자꾸 마음에 남아 아이들과 마주할 때조차 웃기 힘들었다. ‘일터의 나’와 ‘엄마로서의 나’가 서로 부딪히고 있었다. 어느 날 그녀는 밤늦게, 병원 건물 밖 벤치에 앉아 자문했다. “나는 누구인가?” 그날부터 그녀는 매일 5분씩, 자기 마음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글 속에서 그녀는 ‘타인을 돌보며 나를 지키려는 사람’이라는 공통된 결을 발견했고, 그 안에서 자신을 통합해 나가기 시작했다. 더 이상 역할이 아닌 정체성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정곤은 시골체험 프로젝트에 참여하던 중, 도시에서의 자신과 농촌에서의 자신 사이에 느껴지는 괴리감에 당황했다. 도시에서는 ‘논리적인 작가’였던 자신이, 시골에서는 ‘마을의 심부름꾼’이 되어버리는 느낌이었다. “나는 여기서 누구지?” 그는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하루 농사일을 하며, 그 날의 체험을 짧은 수필로 쓰는 ‘농사일기’를 시작했다. 수필 속에서 그는 도시의 언어로 시골의 삶을 풀어내기 시작했고, 어느 날 이렇게 썼다. “내 언어는 도시에서 왔지만, 이 삶은 이제 내 안에 통으로 깃든다.” 그는 자신이 두 세계의 경계선이 아닌, 다리를 놓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현희는 가정폭력을 겪던 과거의 자신을 늘 외면하려 했다. 그것은 이미 지나간 일이었고, 다시 꺼내면 너무 아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담소에서 만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꾸만 자신의 상처가 떠올랐다. 처음에는 그게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어느 날, 한 여성의 이야기를 듣던 중, 그녀는 조용히 울었다. “당신은 내 마음을 어떻게 이렇게 잘 알아요?”라는 말에, 현희는 처음으로 과거의 자신을 부끄럽지 않게 꺼내놓을 수 있었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의 상처가 단절된 조각이 아니라 지금의 자신을 만든 소중한 일부임을 깨달았다.

통합은 완벽한 일체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균열과 모순, 연약함과 강함이 공존하는 채로 하나의 ‘진실한 나’로 서는 것이다. 삶은 매일 흩어지고 또 다시 모아지는 반복 속에서 진행된다. 중요한 것은 그 조각들을 부끄러워하거나 숨기지 않고,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포용하는 일이다.

자기 안에서 일어나는 이 통합은, 결국 다른 이들과의 진실한 만남으로 이어진다. 자신을 통합할 수 있는 사람만이 타인의 복잡한 내면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통합은 자기 존재를 사랑하는 방식이며, 동시에 세상을 이해하는 지름길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