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통(通)의 실천 — 일상에 스며들다(5)

통생(通生) — 이어짐의 생을 살아간다는 것

by Surelee 이정곤


통생(通生) — 이어짐의 생을 살아간다는 것

삶은 홀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다시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주며 살아간다. '통생(通生)'이란 단절되지 않고 흐르는 삶, 나와 너, 과거와 현재, 자연과 인간 사이에 연결과 이어짐을 선택하는 삶의 태도다.


현희는 여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상담 활동을 15년 넘게 해오면서 수많은 이들의 상처와 마주했다. 그녀는 단지 조언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울고, 함께 견뎌주는 사람이었다. 누군가가 “당신 덕분에 제가 다시 살아가기로 했어요”라고 말할 때마다, 그녀는 자신이 그저 도움을 준 게 아니라 삶의 한 지점을 함께 살아냈다는 감각을 느꼈다. 그것은 타인의 삶에 잠시 머물렀던 것이 아니라, 그 생과 이어졌던 순간이었다.


정곤은 도시와 농촌을 오가며 마을 기록 프로젝트를 계속했다. 그는 글을 쓰면서 단지 풍경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말투와 표정, 냄새와 시간까지 기억하고 싶었다. 언젠가 그는 말했다. “나는 이 마을에 살지 않았지만, 이 마을의 삶과 이어져 있어요. 나는 이들의 통로이고 싶습니다.” 그렇게 그는 한 지역의 생이, 다른 지역의 누군가에게 전해지는 고리를 만들고 있었다. 통생은 지역과 지역 사이의 연결이기도 하다.


재심은 병원에서 수많은 생명을 다뤘지만, 그녀가 가장 기억하는 순간은 한 노인의 마지막 손을 잡았던 일이다. 그는 말없이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눈을 감았고, 그녀는 그 손을 오래 놓지 못했다. ‘나는 당신을 놓지 않았어요’라는 그녀의 마음이 그를 배웅한 마지막 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날 밤, 재심은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삶은 숨이 끊어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아. 기억되고, 전해지고, 사랑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끝이 나지 않지.” 그녀는 생이란 결국 누군가에게 이어지는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


통생은 자기만의 생을 고립시켜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삶을 품고 살아가는 삶이다. 타인의 기쁨과 슬픔을 알며, 자연의 흐름 속에 자신의 삶을 조율하며, 다음 세대를 위한 흔적을 남기는 삶이다. 그것은 눈에 띄는 성공이나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이어져 있는 삶’이라는 자각에서 비롯되는 평온과 확신이다.


우리는 삶의 의미를 거창한 사건에서 찾으려 애쓴다. 그러나 통생의 삶은 말없이 건네는 따뜻한 한마디, 누군가의 삶을 조금이나마 덜 무겁게 해주는 손길, 어제의 나를 오늘의 나로 부드럽게 이끄는 자비의 마음에서 시작된다. 그 모든 작은 순간들이 이어져 하나의 통하는 생이 된다.
통생은 결국, 죽음 이후에도 이어지는 삶의 선순환을 말한다. 내가 남긴 말, 눈빛, 진심은 다음 생으로 이어지고, 그 또한 또 다른 삶에 전해진다. 생은 멈추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통로였고, 지금도 누군가에게 흐르고 있으며, 또 다른 이의 삶으로 전해질 존재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