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어디서 올까
"앗..."
목공 일을 하던 중, 타카 못이 내 손톱을 뚫고 들어가 반대편 살갗으로 튀어나왔다.
놀라움에 손끝의 고통은 잠시 뒤로 밀려났다. 피가 배어나오는 순간, 내 입에서 터져 나온 말은 뜻밖에도 “감사”였다.
더 깊숙이, 더 치명적인 곳을 찌르지 않았다는 안도감 때문이었으리라.
그러나 통증이 점점 날카롭게 밀려들자, 마음은 엉뚱한 곳으로 향했다.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가들이 견뎌야 했던 모진 고문,
독재 시절 민주화를 외치던 이들이 버텨내야 했던 차디찬 감방과 폭력.
내 손가락을 관통했던 작은 못은, 그들의 수많은 고통을 희미하게나마 소환하고 있었다.
나는 지금 자유롭게 말하고, 글을 쓰고, 선택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이 자유는 저절로 주어진 것이 아니다.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피 흘리고, 뼈가 부러지고, 눈물이 말라붙는 고통을 감내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들의 모습은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닮아 있다.
스스로를 내어주어 더 많은 이들이 살아나게 한, 희생의 형상이다.
사실 우리 곁에는 이런 작은 예수들이 여전히 많다.
아침 다섯 시, 첫차에 몸을 싣고 건설 현장으로 향하는 노동자들.
새벽 바다에서 그물과 씨름하다 굽은 어부의 허리.
논밭에서 묵묵히 작물을 돌보는 농부의 발자국.
도시의 하루 또한 다르지 않다.
점심시간 틈새를 쪼개 수십 개 도시락을 배달하는 라이더의 땀방울,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며 무거운 상자를 나르는 택배기사의 거친 숨소리,
식당 홀에서 끝없이 주문을 받으며 허리를 숙이는 종업원의 미소,
어둑한 새벽, 쓰레기차 뒤편에 매달려 도시의 밤을 치우는 환경미화원의 굳은 손.
이들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뼈대를 이루는 사람들이며,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못 하나씩을 감당하며 살아가는 이들이다.
못은 아프다. 찔림은 고통이다.
그러나 그 아픔은 때로 세상을 지탱하는 기둥이 된다.
독립과 민주주의를 위해 몸을 내던진 이들의 못이 그랬듯,
지금 이 순간에도 땀과 노동으로 일상을 받쳐내는 이들의 못이 그렇다.
내 손가락에 남은 상처는 머지않아 사라지겠지만,
이 땅 곳곳의 보이지 않는 상처와 못 자국은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등, 편리와 풍요 속에 깊이 새겨져 있다.
못 하나가 일깨운 사실.
내가 매일 무심히 누리는 삶은 누군가의 희생과 헌신, 그리고 이름 없는 노동 위에 세워져 있다는 것.
나는 손가락의 상처를 바라보며 다시 묻는다.
우리는 누구의 못 위에 서 있는가.
우리가 누리는 존엄과 자부심은 누구의 희생에서 비롯된 것인가.
못이 관통한 자리에서 얻은 깨달음은 분명하다.
고통은 사라져도 헌신의 흔적은 삶 속에 남는다.
그리고 그 흔적을 기억하는 일이야말로, 살아 있는 우리가 지켜야 할 또 하나의 몫이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