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서 남 주는 독서노트 #2
대학원 때 만난 멘토님이 ‘남들 앞에서 강의할 수 있는 나만의 콘텐츠를 쌓아두라’고 말씀해주신 적이 있었다. 대학원 때는 사회적기업가정신, 창업생태계, 그리고 지속가능경영이라는 나의 연구주제가 있엇지만 학계에서의 길에서 벗어나서 필드로 나오게 되니, 이 주제를 남들 앞에 강의할 수 있는 ‘자격’이 없어졌다고 생각해서 글을 쓰기가 두려웠다. (지금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기도 하고...) 그래서 본사로 전입을 오고, 본격적으로 내 커리어가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지속가능하고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나만의 전문성을 가지고 싶다는 욕심 반 불안 반으로 이것저것 기웃거렸던 것 같다.
이 책 <회사말고 내 콘텐츠>도 그런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어쩌다보니 페이스북으로 작가 분을 팔로우하고 있었다. 좋은 생각들을 여러번 접하면서, 이 분의 책도 자연스레 알게되어 읽기 시작했다. 작가 분도 자신의 개인적인 상황 속에서 ‘나를 세상 속에 어떻게 담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19p)’라는 생각을 시작으로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고 회고하고 있다.
어느 시대든 경제적인 가치는 그것을 창출할 수 있는 생산수단을 쥐고 있느냐의 여부에 의해 결정되어 왔다. 작가는 토지와 금융, 기술과 같은 기존의 생산수단 말고도 세상에 풀어낼 수 있는 ‘콘텐츠 자본’을 통해 나만의 커리어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아닌, 생산하는 사람이 되어라’. 생각은 하고 있으나 실천하기는 막상 쉽지 않았다. 이 책을 집어든 사람이라면 필히 그런 생각을 하다가 이내 바쁜 일상에 휩쓸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을 것이다. 작가는 그런 평범한 모든 사람들에게 ‘크게 시작하지 말고 작게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콘텐츠를 처음 만들려고 할 때는 100억대 자산가가 자산 운용을 하듯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6개월에 1,000만원 모으기’ 같은 프로젝트처럼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152p)
내게 딱 맞는 선택지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는 건 위험한 일이다. 내게 완벽한 선택지를 찾느라 한없이 헤매기보다는 지금 내가 선택한 것을 옳게 만들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무엇인가를 선택하고 완결하면, 그 결과물이 잘 되었든 잘 안 되었든 남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273p)
또 한 가지는 ‘생산하고자 하는 주제에 집중하라’는 것. 만드는 사람이 되고자 마음 먹었다면, 무언가 완결하고픈 어떤 주제가 생겼다면, 나중에 콘텐츠를 염두에 두고 소비하는 ‘생산적 소비’로 소비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166p) 어쩌면 인스타그램, 유튜브, 페이스북, 수많은 SNS 채널을 통해 우리는 각자의 ‘자기다움’과는 무관한 것들을 선망하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것 아닐까.
콘텐츠를 유통하려면 온라인을 활용해야 하지만 콘텐츠를 만들 때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유통해야 한다. 끊임없이 외부의 자극이 주어지는 상태에서는 콘텐츠를 만들 수 없다. (327p)
책을 읽으면서 결국 나만의 콘텐츠라는 것은 ‘자기다움’을 고민하며 열린 마음을 가지고 배우고 경청하는 가운데 만들어지는 ‘성장’의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 역시 후반부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 속에서 학습과 성장이 차지하는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더듬거리면서 앞으로 나가야 한다. 그리고 ‘더듬거리는’ 능력을 점점 더 낫게 만들어야 한다. 더듬거리면서 점차 자기 길을 만드는 사람이 있고, 더듬거릴수록 자꾸 일이 꼬이고 헤매는 사람이 있다. 그 차이는 바로 학습 능력에 있다. (245p)
배워서 남주는 2020년을 만들어가기 위한 동기부여를 받고, 브런치를 시작하기로 했다. 출간을 하지 않는 이상은 이 플랫폼이 나에게 주는 '수익적 측면'은 당분간 하나도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모든 대단한 일들은 하찮은 무언가들에서 시작됐다. 비록 지금은 남부끄러운 것일지라도 세상에 조금씩 조금씩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더 꺼내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