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각중독자다

벗어날 수 없는 생각의 늪

by steady

생각이 많은 편인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 일줄은 몰랐다.


오늘은 특별한 날

자녀상담 겸 신청했던 사내 심리상담 프로그램의 약속된 시간이다.


지정된 장소에 가니 상담사분이 이상한 기기를 들고계신다.

"이건 두뇌 활성도를 측정하는 기기인데,

뇌 활성화 정도를 통해 평소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계신지 볼거에요"


잠깐의 설명 이후 머리에 이상한 기구를 부착해주신다.

갑작스러워 약간 긴장이 됐지만, 곧이어 편안한 상태로 기다렸다.


삐 - 삐 -


약간의 신호음이 가고, 결과가 곧바로 나왔다.

"헉. 혹시 지금 무슨생각 하셨었나요?"

"아니요... 아무생각 없이 있었는데요?"

상담사님께서 화면을 보여주시자, '귀하의 활성도는 100점입니다'라고 나왔다.


맨 끝까지 색깔이 차오른 걸 보자 덜컥 문제가 있나싶어 당황한 미소를 띄었다.

"보통 분들이 60~70점 정도 나오는데요. 100점이라는 것은 정말 높은거거든요.

만약에 지금 불편하셨거나 과도하게 생각을 하지 않으셨다고 하면, 평소에 생각이 많으신 편인거 같아요."


문득 내가 그렇게 생각이 많은가 싶어졌다.

걱정이 걱정을 낳고, 고민은 또다른 고민을 낳는 경우가 많긴 했지만

다들 비슷한줄 알고 살았다.


침대에서 괴로워 잠을 못들었던 경우들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간다.

나이가 들어 좀 나아졌나 싶었지만 그저 익숙해졌던건가 보다.


"생각이 과해진다고 싶을 때, 저도 의식적으로 자제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되는 경우에는 잠깐 의식적으로 생각을 중단하는 연습을 하셔야돼요."




아무 생각 없이 상담을 갔다가 '생각 그만하기'라는 숙제를 얻어왔다.


하지만

'내가 생각이 많구나. 생각을 덜해야겠다'한다고 금세 달라지는 일은 없었다.

생각을 없애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중독이라는 것은 하고싶지 않지만 해가되는 행동을 멈출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던가.


나는 생각 중독자인 모양이다.


언젠가 아내와 TCI라는 기질검사를 받아본 적이 있다.

(MBTI가 개인의 성격 선호경향을 측정하는 검사라면, TCI는 나의 선천적 기질을 측정하는 검사이다.)


이때, 유독 높게나온 나의 지표가 있었는데, 바로 자극추구성이었다.


자극추구성이 높은사람은 새로운 자극을 찾기위해 수많은 것들에 관심이 있고,

하나를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것이 힘들어 쉽게 싫증이 난다고 한다.

쉽게말하면 뭐든지 '찍먹'하기를 좋아하는 성향이라는 것.


그리고 MBTI에서 내가 유독 높았던 지표는 바로 N(직관형)인데,

직관성 지표가 높은 사람의 특징은 미래지향적, 추상적 사고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쉽게말해 별 도움 안되는 생각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나에 대해 이해를 하다보니,

나는 '생각을 멈추고 생각을 자제하는 것'이 불가능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서예학원에는 세상 산만한 아이들이 모인다고 한다.


할수 없는 것을 강요하는 것 자체로 오히려 스트레스를 유발하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생각이 많은 나를 안아주고, 이해하고 좋게 발현하는 것이 생각을 중단하기 보다 훨씬 건강하지는 않을까 생각했다.


이 세상에는 나와같은 사람들이 많을텐데.

'생각중독자 모임'을 만드는건 어떨까


꽤 쓸데없는 생각을 오늘도 오랜시간 동안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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