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위다

스스로 만든 감옥

by steady

'나는 바위다.'


나는 거대한 바위이고, 압도적인 태산이고, 그 무엇도 나를 흔들 수는 없다.

사사로운 감정따위는 나를 힘들게 할 수도, 움직일 수도 없다.


오늘도 지옥불에 다가가지 않기 위해 몸부림을 친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불길에 휩싸이기 쉽다.

대한민국에서 근로감독관으로 살아가는 것은 바로 그런 일이다.


지옥에 빠져버린 감독관들이 보인다.

하루종일 민원인과 싸우고 고성을 지르고 있다.

결국 감정이라는 지옥에 들어가 소리를 지르며 괴로워 하는 모습이다.


지옥에서 고통받는 동료들을 보며,

미처 구해내지는 못하고

나만은 저곳에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며 또 다시 용을 써낸다.


물렁한 모습으로는

나에게 소리지르는 사람, 나에게 욕을 하는 사람,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의 눈을

쳐다보기가 어려운 법.


가면을 쓴다.

감성적이고 감정적인 내 진짜 모습을 가두고

단단한 척을 한다.


나는 바위가 아닌 모래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의 모래 중에 그나마 단단한 부분을 힘겹게 모아

돌덩이를 만들어 낸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돌덩이는 금세 부서지고, 흩어진 모래들을 다시 주워담는 일은

괴로운 일이었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이제는 작은 돌멩이가 제법 단단해졌다.


그러나 여기서 멈춰서는 안된다.

나는 다시 주변에 바위들을 바라본다.


이 곳에는 힘든 상황에서도 의연하게 대처하고

굳은 심지와 정신으로 버텨내는 수 많은 바위들이 있다.


무너진 감독관들을 추스려주고

흩어진 그들의 모래알들을 대신 뭉쳐서 손에 쥐어주는

바위들이 있다.


그들을 바라보며 다시 내 안에 단단한 것들을 뭉쳐낸다.

수천번은 부서지고 다시 뭉치더라도

끝내는 바위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바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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