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변화없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
공무원 월급쟁이 삶이라고 언제나 평온한 것은 아니다.
여느사람들 처럼 매일매일이 굴곡진 하루들을 살아간다.
조직 내에서 마주치는 어려움들을 극복해나가는건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내가 한 만큼 보상받지 못하는 환경,
내 맘같지 않은 인간관계,
하루종일 달려도 털어지지 않는 사건들,
격무에 시달리다 보면 찾아오는 번아웃.
국민의 노동환경을 챙기라고 앉아있는 근로감독관이지만
나의 노동환경이 너무나도 불만족스러워,
요 며칠은 나도 부정적인 기운이 가득 차있었다.
미세먼지가 있긴 했지만 답답함에 커피를 들고 바깥으로 나갔다.
용건없이 주위를 빙빙 걸어대다 곧 벤치에 앉았다.
부정적인 감정을 없애는데 유튜브와 SNS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스마트폰을 들고 한참을 있다가 문득 머릿속이 찌릿해져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주변을 휙 하고 바라보니,
매일 이 길들을 지나왔음에도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나뭇가지와 이파리가 바람에 날리는 모습을 넋을 놓고 쳐다봤다.
한참을 바라보다보니
나와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이 생각났다.
그리곤 아주 오랜기간 잊고 지냈던 사색에 잠겼다.
참, 살다보니 그랬다.
부정적인 생각들은 부정적인 결과들을 낳아왔다.
우울함은 암세포와 같이 내 삶의 곳곳에 빠르게 전이됐었다.
스트레스는 내가 고수해온 루틴들을 깨왔고,
우울함에 회피하려 했던 것들은 끝내 나를 다시 찾아와
반드시 직면하게 만들었다.
깊은 바다에 빠져있다가 다시 물 밑으로 올라오려면 죽을듯이 헤엄을 쳐야하듯
우울함에 망가져온 일상을 회복시키는 것은 몇 배의 의지와 에너지가 필요했다.
시간이 지나 나의 궤적을 돌아보면,
결국 나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최초 내가 힘들었던 원인이 아니라,
우울함과 스트레스로 망가진 내 모습이었고,
결국 내가 가장 후회할 때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지불할 때였다.
과거의 모습들을 생각해보다
지금 내 안에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인 생각으로 환류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생각해봤다.
한참을 생각해보았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곧 답이 나오지 않은 이유는,
그것은 아무도 해줄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를 힘들게 하는 어려움과 내가 느끼는 행복은 별개이니까,
그 무엇이 나를 어렵게 하더라도,
내가 느끼는 생각과 감정은 오직 나만이 제어할 수 있다.
파도가 배를 흔들리게 할수는 있어도
목적지에 갈 수 없게 하는 것은 아니다.
나를 망가트리는 것은
그 무엇도 그 누구도 아닌 나 스스로의 의지이다.
나를 불행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 뿐이고
나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사람도 오직 나 뿐이다.
갑자기 생각이 정리가 되어서인지
나도 모르게 앉기싫었던 사무실의 내 자리로 돌아왔다.
아까와 지금,
외부적으로 아무것도 변화하지 않았음에도
내 내면에는 왠지 모를 평화가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