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돌리기와 포크 배럴 정치

학급 정치와 현실 정치의 공통점에 대해서

by 심민경

아무리 생각해도 미개하고, 나 자신이 부끄러운 기억이 있다. 다름 아닌 중고등학교 때 회장 선거에서 이기고, 반에 피자 및 햄버거를 돌린 기억이다. 여러 돌림이 있었다. 중학교 1학년 1학기에 처음 권력의 맛을 느끼고 (반 회장이 권력이 어딨겠나. 봉사직이지. 나는 나의 소심함을 이기기 위해 선거에 나갔다), 회장 선거 때마다 늘 도전했고, 운이 좋아 여러 번 임명장을 받았다. 물론, 나는 내 공약에 '피자를 쏘겠다', '햄버거를 돌리겠다'라고 언급하지 않았지만. 어떤 부조리하고, 이해 불가능한 선례들이 나를 괴롭혔다. 그건 바로 '피자 돌리기'.


당선 소감을 말한 뒤 들었던 이야기는 충격이었다. "피자 언제 쏠 거야?" 그래서 당선의 기쁨은 뒤로 한 채 나는 엄마와 피자를 쏴야 할지 햄버거를 쏴야 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피자를 혹은 햄버거를 돌려도 뒤에서 들리는 말은 참 많았다. 바로 엄마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한 판을 시키면 한 판을 더 주는 브랜드의 피자'를 시켰기 때문이다. 내가 못마땅했던 친구들은 옆 반 회장과 부회장은 값이 나가는 브랜드의 피자를 시켰다고 먹는 동안에도 나에게 핀잔을 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런 고질적인 악습을 끊었어야 했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다행히 고등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회장 부회장을 모아놓고, 선거 결과에 대한 보답으로 학급 친구들에게 어느 것도 주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그리고 학급 친구들에게 분명히 말하셨다. 그것이 내 10대 임원 시절의 기억이다.


혹자는 ''피자 쏘는 것이 어때서?'', ''그럴 수도 있지 왜 이렇게 예민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여러모로 학생을 갉아먹는 악습이었다. 이를 현실정치에 대입하면, 이는 공직선거법 제118조 '당선 또는 낙선에 대한 답례 금지' 위반에 해당된다. 학급 전체에 피자를 돌릴 경제적 형편이 되지 않는 친구는 선거에 나갈 엄두도 못 냈다. 만약 돌리지 못하면, 학급 친구들의 따가운 눈총을 피하기 어려웠다. 어떤 이는 학기말까지 도대체 언제 돌릴 것이냐며 나를 끝까지 괴롭힌 적이 있었다. 고작 한 학기 하는 임원 활동에서 내가 어필할 수 있는 것이 부모님 돈으로 피자를 사는 것이라니, 참 괴로웠다. 피자 턱이 학급을 구태 정치의 장으로 만들었다. 나는 부조리에 가담한 사람이었다.


지금은 그 악습이 없어졌는지 알 턱이 없다. 꼭 없어졌기를 바란다. 피자 턱은 여러모로 포크 배럴 정치 (Pork-Barrel Politics: 정치적 선심 공세)와 닮았다. 포크배럴은 정치인이나 정부가 지역주민으로부터 표를 얻기 위하여 혹은 표에 보답하여 지역구 선심사업에 정부의 예산을 확보하려는 행태를 일컫는다. 쉽게 말해 나라 살림 예산을 총선 유세용으로 홍보하는 것이다. 물론, 학급 임원은 학급비를 쓰는 것이 아닌 부모님의 돈을 쓰는 것이지만 비슷한 점이 있다. 바로, 표를 주는 사람이 표의 대가에 움직인다는 점이다. 성인이 돼서 두 번의 총선을 겪고, 몇몇 국회의원의 선심성 공약이 남발하는 것을 보았다. 선심성 공약이 남발하는 이유는 하나일 테다. 표가 공약에 반응하니까. 하지만 우리가 이런 포크배럴을 없앨 수도 있다. 무엇으로? 선심성 공약에 대한 무관심과 무반응으로 말이다.


나는 학급 임원의 역할이 국회의원의 역할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믿는 사람이다. 학급에서 누가 소외되고 힘든지 살피는 사람이 학급 임원이라면, 국민 중에서도 약자를 살피고 대변하는 사람은 바로 국회의원이다. 제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선거 공보물을 받고, 후보의 지역공약을 살피기보다는 국회에서 약자를 위해 어떤 법안을 발의할지 살펴보았다. 큰 글씨체로 실현성 없는 공약을 남발한 후보가 있는 반면, 진실성 있는 공약으로 나를 감동하게 한 후보도 있었다. 이제는 피자 쏜다는 사람 말고, 정말이지 왕따 없는 학급을 만드는 그런 회장을 뽑을 때도 되지 않았나. 다음 선거에는 포크 배럴 정치가 종식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정말 투표의 결과로 약자가 웃는 세상이 왔으면 하는 마음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피자 돌리기의 악습을 끊은 것처럼, 여러분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