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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민경 May 22. 2022

삶 그리고 양자역학

박권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어쩌다 이 책까지 읽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목에 이끌려 산 책이다. 양자역학이 쉬울 리가 없다 역시나. 솔직히 말하면 읽는데 3개월은 넘게 걸렸다.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맘에 들었던 것은 파동, 원자, 빛, 힘, 물질, 시간, 존재라는... 좀처럼 이해도, 설명도 어려운 개념을 친절히 설명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이 친절함에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각 장에 나온 수학 공식에 대한 부분은 거의 이해하지 못했다. 대신, 영화 이야기, 양자역학이 우리 삶에서 어떤 의미로 작용하는지에 대한 "문과적 해석"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었다. 아- 그리고 책 중간중간 나오는 일러스트도 깨알 같은 재미를 준다. 


다시 책 제목으로 돌아가서, 이 책을 골랐던 이유는 아마 - 내가 "삶"과 "양자역학"에 대한 키워드에 꽂혔던 시점이라 그랬던 것 같다. 삶에 대한 해석은 엄밀히 따지면 주관적 영역이지 않나.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다. 이를 어쩌면 과학이 잘 (객관적으로) 설명해줄지도 모르겠다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저자도 책 서문에  존재의 의미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서술한다.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어려운 이유는 그것의 답이 가치 판단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치 판단은 개인의 철학적·종교적인 관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철학과 종교가 아닌 과학은 이 질문에 과연 어떤 답을 내놓을까? 거칠게 말해서, 과학은 '왜(why)'가 아닌 '어떻게(how)'를 묻는다. 즉, 우리는 어떻게 존재하는가?"" 


'어떻게'의 질문을 집요하게 파다 보면 만나게 되는 게 물리학, 특히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이라는 것이다. 물론, 나는 이에 대해 완벽히 이해한 상태는 아니지만 저자가 제시하는, 영자 역학이 이끄는 여행에 한번 동참하기로 했다. 생소하고 추상적인 개념을 누군가에게 알려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친근한 비유가 아닐까 싶다. 5장의 "물질" 부분에서 이를 잘 표현했다. 미시에서의 거시를 이해하고, 거시에서 미시를 이해해보는 것. 나는 이런 비유가 참 좋다. 

"미시 세계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원자들은 서로 관계를 맺으며 분자를 만들고, 분자들은 한데 모여 응집물질이 된다. 운이 좋으면 응집물질은 생명으로 진화하고, 의식이 탄생한다. 말도 안 되게 단순한 논리일지 모르지만, 원자들의 관계는 의식을 탄생시킨다. 그리고 의식을 지닌 인간들은 서로 인연으로 연결되고, 인연은 가족을 만든다. 이렇게 미시의 세계는 거시 세계로 이어진다." 


아- 그래, 책의 제목이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니까, 하나의 단어로 만들어 벌이면 이는 "운명"이다. 모든 것이 미리 결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아, 그럼 모든 게 결정되어 있으면 우린 뭐하러 무언가를 바꿔보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것일까? 저자는 이 책에서 스피노자와 다르게 (자유의지는 착각에 불과하다는 것) 과학적 결정론이 자유의지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이고자 했다고 한다. 우연과 필연이 절묘하게 교차한 결과. 조금은 위안이 되지 않나. 근데 그건 알겠어. 그런데 우연과 필연을 우린 또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그건 좀 더 생각해보기로 한다. 

"...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운명이란 단순히 결정론이나 자유의지가 아니라, 우연과 필연의 절묘한 교차점에 존재하는 그 무엇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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