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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민경 May 17. 2022

금쪽이 열풍을 생각하며

알프레드 아들러 <가족이란 무엇인가>

2년 전이었나. 한동안 땅이 꺼질듯한 어지럼증을 경험하다 이비인후과, 한의원, 신경과 등을 전전한 경험이 있다. 검사를 받아도 모든 게 정상이라고 하니 답답하기만 했다. 그러다가 신경과에 가서 "편두통성 어지럼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았는데 정말 빠르게 회복이 된 경험이 있다 (사실 진짜 편두통성 어지럼증인진 모르겠지만). 누군가 내가 어디가 아픈지 알고, 진단해주는 것이 아픈 사람에게는 굉장한 의미라는 것을 알게 된 계기였다. 


알프레드 아들러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읽으며, 자연스레 금쪽이 열풍을 떠올렸다. 연예인 의뢰인이 유소년기에 가족으로부터 받았던 상처를 털어놓으며, 의뢰인, 출연자, 그리고 이를 보는 시청자가 다 함께 공감하고 위로받는 집단 상담 프로그램이다. 어디가 아픈지 알고, 누군가 진단해주는 그 리츄얼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큰 위로인가. 아 물론, 이런 치유의 장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공감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했다. 물론 유소년기의 경험과 사건이 어른이 돼서도 영향을 주긴 하지만 - 피해자 서사의 표현과 개인의 회복탄력성과 치유 능력을 간과하는 솔루션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아들러 심리학은 인간의 주체성과 회복력을 옹호하긴 하지만,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나온 주양육자로 간주되는 "엄마" 책임론은 나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덧붙이면, <가족이란 무엇인가>는 <아들러 심리학 해설>에서 특히 가족에 대한 핵심 내용을 뽑아 재분류한 것이다. 이 책 자체가 여성의 사회 진출이 흔치 않은 20세기에 나왔다는 것과 데이터 기반이 아닌 "주장"기반의 글이기 때문에 읽기 어려웠다. 본문의 일부를 공유하자면 아래와 같다. 

"모든 범죄자의 환경을 추적하면 그들은 어느 정도 협력하는 능력이 있었으나 그 능력이 사회생활을 하기에 충분하지는 않았으며, 이 점에 있어 최초의 잘못은 그의 어머니에게 있다고 할 수 있다. 어머니는 이 관심의 영역을 확대하는 방법을 알아야 하고, 자신을 향한 아이의 관심을 확대해 타인에 대한 관심으로 발전되도록 해야 한다." 


아 물론, 공유의 가치가 있는 문장들도 있다. 그중 일부를 공유해본다. 멋진 주장이긴 한데, <가족이란 무엇인가> 이 책 자체가 맥락도 없이 파편화되어 있다 보니, 솔직히 말해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운 책이었다. 책에 대한 악평은 잘하지 않는 나인데 말이야. 

"심리학은 한 사람의 모든 표현 속에 깃들어 있는 의미를 탐색해 그의 최종 목적을 이해하는 열쇠를 발견하고 다른 사람의 목적과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하는 학문이다. '안전감'이라는 최종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목표를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즉 안전감이 어떤 지점에 자리 잡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접근해야 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계산해야 한다." 


그나마 금쪽이 프로그램에서는 다 같이 털어놓고, 공감하고, 해소하는 카타르시스의 장이 있는 반면 아들러가 남긴 글 모음집은 설명하기 어려운 찝찝함을 남긴다. 동시에 내가 아들러 심리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닌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미움받을 용기>를 읽어보지 않아서인가. 아,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 아, 만약 금쪽이 수준의 컨설팅을 이 책에서 기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안 읽어도 금쪽이 유튜브만 봐도 충분히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 잘 챙겨 볼 정도라면- 다들 인생을 주체적으로 잘 꾸려갈 사람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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