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튜 룬 <픽사 스토리텔링>
1. 스토리텔링 앞에 픽사가 붙으니 뭔가 거창해 보이고, 어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사람들을 웃고, 울고 행동하게 하는 스토리는 '위대함 과 거창함'보다는 '가장 개인적임'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이 책이 이야기해주고 있다.
2. <니모를 찾아서>는 처음 아버지가 되면서 자식을 과잉보호했던 감독 자신의 스토리고, <인사이드 아웃>은 감독이 느꼈던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스토리의 전개와 연출도 물론 중요하지만 책에서 말하듯 창작자의 삶과 개인적 경험 자체가 진심 어린 스토리를 만드는 최고의 재료다.
"살면서 느끼는 모든 감정은 한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해 모두 필요하다. 그는 딸을 통해 얻은 이 경험을 <인사이드 아웃> 스토리에 담았다. 단순한 이야기지만 모두가 공감하는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아픔 속으로 걸어 들어간 것이다.(p.69)"
3. 그런데 이렇게 스토리 재료를 발굴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게 있는데 바로 이 스토리를 들을 청중에 대한 이해다. 청중에 대한 정보를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지, 그 청중들이 행동했으면 하는 것이 무엇인지. 즉 어떤 청중에게 어떤 액션을 취하게 할 것인지 염두에 두지 않으면, 이야기는 산으로 가고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을 떠올려보자. 누가 당신의 청중인가? 당신이 유대감을 쌓으려고 노력하는 대상은 누구인가? 그는 기혼인가, 미혼인가? 연령대와 성별은 어떻게 되는가? 투자가인가, 고객인가, 동료인가? 그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스토리를 전달하려면 청중의 열정, 고민, 습관, 특이점 등을 알아야 한다. 이런 정보가 없다면 아무리 좋은 스토리를 만들어도 대상과 상관없는 이야기만 늘어놓게 된다.(p.53)"
4. 스토리텔링 할 때 하지 말아야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내가 관객/청중으로 느꼈던 경험을 떠올리면 된다. 교훈은 엄청난데 재미는 없는 스토리, 시종일관 웃느라 바빴는데 정작 남는 것은 없던 스토리, 재미도 없고 교훈도 없는 스토리 등 여러 스토리 경험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이도 너무 주관적인 요소라, 내 스토리에 반응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움직일 필요는 없지. 그래서 어떤 청중을 공략할 것인지 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관객의 반응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위축되는 것도 원치 않았다. 관객이 더 자극적인 폭발 장면을 원한다고 해서 90분 내내 폭발 장면이 펼쳐진다면 사람들은 영화를 보는 중간에 나가버릴 것이다. 즉, 피드백에 지나치게 눈치 보느라 발전과 혁신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p.60)"
5. 청중, 고객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미리 파악하고 준비하는 것은 스토리텔러의 기본 소양이다. 하지만 스토리를 전하는 과정에서 자주 빠지는 함정이 있다. 바로 내가(화자가) 영웅이 되어, 고객을 구해주겠다는 식의 태도다 (p.118). 고객은(그리고 나는) 눈치도 빨라서 이런 스토리 전달 방식이 고루하다는 것을 쉽게 알아차린다. 청중, 고객을 구원의 대상으로 보지 말고 오히려 고객을 '영웅'으로 두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그래야, 고객을 존중하며 움직일 수 있다고. 돌이켜봐야겠다. 나의 스토리텔링 방식은 어디로 향해 있는지.
"고객에게도 그런 목표가 있다. 고객은 더 건강해지고 싶다. 고객은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고객은 돈을 벌고 싶고, 더 예뻐지거나 잘생겨지고 싶고, 더 안전한 자동차를 운전하고 싶다. 고객을 영웅으로 캐스팅하는 것은 비즈니스를 올바른 위치에 두고 고객의 권리를 존중하는 일이다.(p.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