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 호프먼 <마스터스 오브 스케일>
링크드인의 공동창업자 리드 호프먼의 전작 <블리츠스케일링>을 인상 깊게 읽었기에, 더욱 이 책을 읽고 싶었다. 총 10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스타트업이 스케일업하며 겪는 필연적인 성장통을 실리콘밸리발 기업들의 경험담을 엮어 재구성했다. 각 장의 마지막에는 리드 호프만만의 분석과 요약이 담긴 노트가 있어서 레이 달리오의 <원칙>처럼 언제든 꺼내 읽기 좋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나를 지배하는 감정은 무엇이었는지 곱씹었다. 고개를 무한대로 끄덕이며 읽었던 부분과 다소 씁쓸해하며 책장을 접었던 부분도 많았다. 생각해보니 그 감정은 겸허함이었다. 나는 창업을 해본 경험이 없는 직원일 뿐인데도 이 모든 과정이 험난한데, 창업가, 기업가, 경영진은 오죽할까. 책에 등장하는 기업들은 너무나도 다르지만, 과정에서 겪는 어려운 요소들은 비슷비슷했다.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가본다는 것은 기업이 풀고 싶은 명확한 문제와 비전이 있어서지. 스타트업 허슬러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기업가정신 아닌가.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것은 늘 생존 싸움의 불바다에 뛰어드는 것과 같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그 불바다에서 머물 수는 없지 않은가. 생존을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중력을 거슬러 위로 박차고 올라가야 한다. 스케일업을 해야지. 그 과정에서 잃어버리는 가치들이 있다. 고객에 소홀해질 수 있고, 문화에 소홀해질 수 있고, 기업의 존재 이유와 멀어지는 의사결정이 지배할 때도 많다. 그럴 때마다 상기해야 할 10가지가 이 책에 담겼다.
각 장의 소제목을 한번 공유하자면, 아래와 같다. 물론 승자의 플레이북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굳이 스타트업이 아닌 기업에도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1장. 좋은 거절과 나쁜 거절을 구분하는 방법
2장. 스케일업 이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들
3장. 성공할 아이디어를 알아보는 방법
4장. 기업들이 문화를 구축해야 하는 이유
5장. 빠름과 느림의 균형이 필요한 전략적 성장
6장. 게임의 새로운 규칙을 학습하는 방법
7장. 사용자의 말과 행동이 다른 이유
8장.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피벗의 기술
9장. 기업의 성장과 리더십의 진화
10장. 기업의 사회적 영향과 책임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6장 “성공의 공식이란 없다”였다. 6장의 주요 내용은 기업가들이 변곡점에서 어떻게 기존 지식을 버리고 새로운 지식을 학습할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무엇을 학습하고(learn), 무엇을 버릴지(unlearn)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이다. 의도적으로 학습하지 않으면, 이미 무언가를 안다는 지식의 저주에 잠식될 수밖에 없다. 안다고 착각할 때 귀중한 피드백을 놓치지 않나. 늘 깨어있기 위해서는 매사에 배우는 태도를 기본으로 두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책에서도 말하듯 법칙은 없다고 하지만, 패턴이 있다고 하니. 패턴을 읽어낼 단서가 이 책에 있다. 분기마다 목표를 세울 때 재정비를 위해 한 번씩 읽어보면 좋을 것 같고, 위험을 100% 막아내는 것은 어렵겠지만 적어도 어떤 게 위험 요소가 될지 안다면 대비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변화무쌍한 환경에서 살아남고, 위로 올라가는 스타트업 종사자들에게 위로와 박수를 보내는 책이었다. 다들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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